[클릭TV]이효리만의 토크쇼 리듬감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다. 그 어떤 것이라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되는 흐름이 있을 때 부드럽게 흘러가고 좋은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리듬은 중요하다.

8일부터 정규 편성된 SBS 예능프로그램 <매직아이>는 이효리의 리듬감을 십분 활용한다. <매직아이>는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등 여성 MC들이 주축을 이루는 토크쇼로, 출연하는 게스트까지 포함하면 6명 안팎의 출연진 군단이 형성된다. 여기에 시청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면서 더 복잡해지는 MC-게스트-시청자들 사이를 오가며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효리다.

SBS <매직아이> | SBS 제공

이날의 주제는 자신도 남도 죽이는 분노라는 뜻의 ‘킬링 분노’였다. 시청자 사연과 MC들의 경험담을 섞어 대화를 주고받을 때, 이효리의 솔직한 발언은 시청자들과 출연자 사이를 이으면서 큰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는 시청자의 사연과 연결되는 자신의 경험을 만들면서 리듬을 시작한다. 이효리는 자신의 제주도 집이 관광코스처럼 변질돼 분노하게 된다고 말문을 연다. 이것뿐이라면 하소연에 그칠 수 있지만, 이효리는 반전으로 리듬을 형성한다. “초인종을 누르는 여고생들은 ‘집에 놀러오라고 하지 않았냐’며 반문하더라. 내가 블로그에 ‘효리네 집으로 놀러와’라는 인사말을 올린 것 때문이었다”는 뒷이야기가 리듬의 진폭을 키운다.

솔직함은 리듬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다.

“매니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욕을 서슴지 않았다”며 “그럴 거면 때려치우라고 소리쳤다”고 경험을 소개한다. 그때처럼 소리쳐보라는 제안에 “‘그럴 거면 때려치우라’는 말은 실제 멘트가 아니다, 실제론 이렇게 했다”면서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육두문자는 ‘삐’ 처리돼 들리지 않았지만, 제작진의 반응에서 욕의 정도를 짐작케 한다. 거침이 없다.

SBS <매직아이> | SBS 제공

이효리는 “과거 광고를 찍을 때 물을 마시는 장면에서 가슴골로 물을 흘리라고 주문한 광고주가 있었다”는 선정적인 경험도 스스로 털어놓는다.

이효리의 리듬은 문소리, 홍진경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문소리는 사연을 읽으면서 연기력의 리듬감을 보여준다. 홍진경은 “고스톱 늦게 치는 사람이 화가 난다”는 식의 경험으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유기적으로 연결해내지는 못한다. 상대로 넘기는 리듬은 이효리가 담당한다. 겨드랑이털 제거방법에 대해 말하다 “언닌 없어요?”라면서 문소리에게 공을 넘기는 것도 이효리다.

게스트로 등장한 주지훈·이광수를 보고 “제주도에서 (이)상순 오빠와 매일 그러고 있다가 오늘 두 분을 만나니까 설렌다”고 치켜세우다, 주지훈에게 “연애하면서 잘 지내죠”라는 돌직구를 날리는 것도 이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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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는 <매직아이>라는 토크쇼의 포문을 열고, 이리저리 통통 튀는 리듬을 만들어내면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중구난방 토크쇼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리듬감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이효리는 타인에게 바통을 넘겨 리듬감의 이동은 만들어내지만, 융합까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기획 의도를 모르겠다’ ‘연예인 신변잡기에 그친다’는 의견이 올라와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우르고 포용해 흐름을 만들고, 그러나 완결성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리듬은 그저 통통 튀고, 모두의 <매직아이>가 아니라 이효리만의 <매직아이> 같은 느낌이다. 리듬이 화음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저 리듬으로만 그친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