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다리]모니터와 액정 뒤 한숨들

‘지이잉 지잉. 지이잉 지잉.’ 아침 보고를 끝내고 막 커피 한모금 들이키려던 참이었다. 보통의 알람보다 더 빠르고 크게,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애플리케이션(앱) ‘비마이아이즈’에서 보내는 신호였다. 비마이아이즈는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비시각장애인 봉사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앱이다. 기획 취재를 하던 중 알게 됐고, 지금까지 봉사자 자격으로 이용 중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연결을 수락하자 스마트폰 화면에 노트북 모니터가 나타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월요일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정중한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한 A씨는 자신을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인 시각장애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원한 대학에서 비대면 면접을 요청받았다”며 “공문 내용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씨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춘 전자문서에는 ‘면접 진행 시 프로필 닉네임을 본인 이름과 동일하게 설정할 것’이란 조건이 쓰였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화면 오른쪽에 참가자 프로필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나열되는데, 비시각장애인들은 이 아이콘을 통해 본인의 계정을 식별한다. 닉네임은 아이콘에 마우스 오른쪽 커서를 클릭하면 변경할 수 있다.

아이콘은 뜻 그대로 ‘그림’이다. 웹 페이지 속 글자를 추출해 읽어주는 보조 프로그램 ‘스크린 리더’는 그림 파일을 읽어낼 수 없다. A씨에게 아이콘은 정보의 매개가 아닌 ‘침묵의 상자’다. ‘보기 쉽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을 배제하는 무례한 편의가 곳곳에 자리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댔지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도움을 청할 만한 활동 보조인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A씨는 한숨을 뱉었다. “있긴 한데, 연세가 50세가 넘으셔서…. 혼자 살아 도와줄 가족도 없네요.” 뒤통수가 얼얼했다. ‘비대면 전환’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많은 사람을 소외시키고 있었다. 산업부로 온 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같은 기술 발전에 대한 찬양을 숨 쉬듯 접했다. 그러는 사이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은 더 노골적으로 사회에 파고들었다.
이날 과제는 내 손으로 풀지 못했다. 온라인 기자간담회 참석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저 말고 기기도 잘 다루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정말 죄송합니다.”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하자 A씨는 되레 웃으며 답했다. “아휴, 아니에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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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아이즈도 결국은 개인의 선의와 능력에 기댄 문제 해결방식이다. 나 다음 누군가, 아니면 그다음 누군가가 A씨를 성공적으로 도왔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소외를 막을 해법은 기업과 사회, 언론이 더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야 한다. A씨는 프로필을 무사히 수정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유진 산업부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