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 ‘다른 몸들’ 활동가 “정신장애인 이야기 기록하고 싶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목우씨(44)는 글을 쓰고 연극 무대에 오른다. 둘 다 ‘업’은 아니다. 직업은 따로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상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다른 몸들’ 활동가”라고 규정한다. ‘다른 몸들’은 질병과 건강 영역에서 아픈 몸들이 환자 권리 운동을 넘어 변혁의 주체로 나아가는 운동을 하고자 하는 네트워크다.

[주목! 이 사람]목우 ‘다른 몸들’ 활동가 “정신장애인 이야기 기록하고 싶어”

목우씨의 질병은 조현병이다. 지난 몇 년간 그는 자신의 질병을 드러내며 사회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환청과 망상에 관한 글을 쓰고, 이를 무대에서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연극 <거리를 나온 하얀 방> 무대에 올랐고, 올해는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무대에 올랐다.

그가 자신의 질병을 드러낸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관리만 잘하면 ‘비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굳이 꼬리표를 달고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정신병원 입·퇴원 기록과 오랜 경력 단절이 있는 40대 여성 역시 차별의 대상이었다. “정신장애인이건 아니건 어차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거다. 그러면 장애인 등록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장애인으로 등록을 하고 다른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그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어디 가서 ‘저 지금 환청 들려요’라고 하면 이상하게 본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환청과 망상이 대화의 소재가 되고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됐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도 이 흐름의 작은 부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질병을 글로 쓰고 무대에 올라 이야기한다는 건 장애인 등록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그야말로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는 환청과 망상에 대해 처음으로 글을 쓴 이후, 한동안 그는 환청과 망상에 시달렸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글을 쓰면서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줄었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처음이 가장 힘들었고 차츰 편해졌다.

여기에는 목우씨가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힘이 컸다.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에는 목우씨가 자신을 비난하는 환청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 다른 배우들이 “너는 충분히 노력했어, 괜찮아”, “너는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야”라고 말해준다. 이후 그는 환청이 들릴 때마다 다른 배우들이 해줬던 말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혼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잘 안 됐던 것들이 누군가 한 번 소리 내서 말해줌으로써 내게는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앞으로도 정신장애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지금은 자신에 대해 글을 쓰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만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그는 “정신장애인은 비장애인과는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이 농문화를 이해하려면 수어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문화를 기록하고 싶다. 나아가 거기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목우씨가 참가하는 연극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10월 31일까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소셜 펀치’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하면 e메일로 온라인 관람이 가능한 링크를 받을 수 있다. 연극은 수어 통역과 자막을 제공한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주목! 이 사람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