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진실 규명이 남은 자들의 과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말하는 ‘나에게 세월호란’

윤여준-전 환경부 장관
“세월호 참사는 ‘돌아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낸 것이다. 한국 사회가 이대로 더 이상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보면 한국 사회가 ‘돌아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옳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할 수 없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한국 사회가 성찰의 시간, 반성의 시간을 가졌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와 어린 생명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가슴 아픈 생각이 든다. 세월호 참사 자체의 해법은 일단 유족의 뜻을 따르고, 한국 사회가 종전에 살아온 방식에서 벗어나 뭘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같이 찾아 나가야 한다.”

윤호경-고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난 1년간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단원고 학생들을 진료해 왔다. 병원에 온 학생들은 정신적 불안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고통도 호소해 왔다. 하지만 다른 과에서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신체 증상이었다. 그동안 매스컴이나 여러 사람들이 생존자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나는 그걸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으니까 더 마음이 아픈 거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100%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스스로 느끼기도 한다. 이론으로 배웠던 트라우마의 무서움을 몸소 알게 됐고, 이 문제가 단시간에 끝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신주-철학자
“세월호 사고란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기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이 죽어간 자본의 만행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모두 놓쳐버린 것 같다. 인간을 희생시켜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모습이 극적으로 나타났음에도,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 채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모양새다. 세월호는 우리 시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하나의 ‘징후’다. 이 징후는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넘기려는 데서도 나타난다. 이젠 사회 전체가 정부와 자본이 얽힌 이 구조적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야 할지 결단해야 하는 때다. 큰 산을 옮기듯 느리더라도 집요하게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1년이 지났다고 그냥 덮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 ‘당신들이 마지막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당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규명해내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과제다.”

하지현-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일반적으로 1년이면 애도에 충분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추모하는 시민들까지도 지난 1년 동안 충분한 애도를 다하지 못했다. 애도의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늦었지만 이 시점에라도 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처해 애도의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 애도가 끝나야 우리는 비로소 현실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핵심은 유가족들이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데 있다. 그 첫단추부터 풀지 않으면 그들과 연결된 사회 모두의 문제도 결코 풀리지 않는다.”

박주민-민변 변호사(4·16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좀 더 안전하게 살려면 모든 사람이 조금씩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모두가 느껴야 한다고 본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조금 원하는 모습과 달리 낮게 가더라도 살필 것은 살피고 지킬 것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룰(rule)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것을 지키고 살아야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것이 세월호 참사였다.”

임경지-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뻔한 결론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 결론을 쉽게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 되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그동안 당신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또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해 왔는지, 지난 1년, 우리가 함께한 것들, 함께하기 위한 노력, 여전히 곁에 있고자 하는 나의 손짓·발짓·몸짓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난 1년을 복기하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확인, 그리고 그 속에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과 좋은 삶에 대해서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새로운 연대적 질서 구축을 통한 사회의 복원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세월호는 그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상중인 유가족 곁에 있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기에 올해 함께하겠다.”

조한혜정-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애도하고 비통해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사회인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국민이 아니라 난민이 되어버릴 파국의 상태를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 도저한 적대와 공포를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는 성찰적 다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이유미-아름다운가게 서귀포점 매니저
“세월호 사건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한 계기였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준다. 며칠 전에도 학교 엄마 모임에 가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달고 있는 노란리본을 가리키며 ‘이걸 언제까지 하고 다녀야 해’라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언제까지겠느냐. 당연한 것 아니냐.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송혜연-무사시코스기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세월호 침몰사고는 나의 부모님이 태어난 한국이 어떤 곳인지 많은 사실들을 알려줬다. 벌써 1년이 지났다고, 그만 잊어버리자고 도망친다면 제2·제3의 세월호 침몰은 반드시 일어난다. 눈앞의 슬픔과 분노를 넘어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주길 바란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참담한 일을 겪은 나의 조국, 정부·사회·시민이 어떻게 이를 딛고 일어설지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나에게 세월호는 희망의 시작이다.”

나리카와 아야-아사히신문 생활문화부 기자
“지난해 세월호 취재팀의 일원으로 안산 단원고와 팽목항을 뛰어다니며 가슴이 먹먹했다. 사고가 일어나고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이 이렇게까지 엉성한가 싶었다. 해가 바뀌어 지난 1월 1일 가족들과 제주도에 신년여행을 갔다. 코발트빛 바닷물을 보다가 세월호 학생들이 오려 했던 곳이 이곳임이 떠올랐다. 가슴 아픈 팽목항의 날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뭐든지 빠른 한국인들이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바닷물을 보게 되었을까봐 걱정이 됐다. 나에게 세월호는 물망초다.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금강스님-전남 해남 미황사 주지
“실종자 가족이 9명이다. 바닷속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모들 심정이 어떻겠나.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서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중요한 시기마다 책임지는 모습을 놓친 것 같다. 또 이런 사건이 생길 경우 세월호처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있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세월호와 함께 많은 것들이 침몰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말이 있듯이 세월호에서 넘어진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딛고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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