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운동선수 부모는 허리가 휜다

서울지역 학부모 지원금 학교예산의 17배… 지도자 급여·전지훈련비 모금 관행도 여전

이름난 명문학교 운동부의 합숙소조차 수십명이 뒤엉켜 지낼 정도로 학생선수들의 운동여건은 열악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정도라도 굴러가는 것은 선수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 이름을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를 하는 운동부이지만 학교나 교육당국의 지원은 열악하다. 특히 서울지역 학생선수의 학부모들은 학교가 지원하는 예산의 약 17배나 지출할 정도로 높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2013년 개정된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학생선수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운동에 필요한 경비를 후원금 등의 형식으로 지원할 때도 학교회계에 편입시켜 지출하게 됐다. 그간 학부모들이 운동부 감독·코치에게 음성적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특정 선수 편애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8월 27일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어린이야구선수권대회 경기를 관람하는 학부모들이 선수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당국의 “불법모금 근절” 구호에 그쳐
바뀐 법에 따라 학교회계로 편입된 학부모들의 지출경비는 학교 예산을 십수 배 초과하는 액수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제출받은 교육부의 학교 운동부 운영경비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가장 큰 예산을 쓰는 서울지역의 경우 학교당 평균 1억243만원의 금액을 학부모들이 내고 있었다. 이에 비해 학교당 운동부에 들어가는 자체예산 평균 금액은 605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회계규모가 큰 경기도의 경우도 학부모들이 학교당 평균 6942만원을 지출하는 데 비해 학교 자체예산 액수는 679만원에 불과했다. 상시합숙 금지 지침이 각급 학교 운동부로 하달되면서 합숙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든 만큼 학부모들의 부담도 줄어야 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합숙이 허용되는 예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학교 밖에 생활시설을 마련하는 경우 가외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올해 합숙소 점검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625곳의 합숙소·기숙사 중 교외에 설치된 곳은 79곳에 달했다. 그러나 교외 합숙소의 경우 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은 채 학부모들 간의 자체적 협의에 따라 운영되는 곳도 있을 수 있어 실제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외 합숙소 운영비를 비롯해 운동부 지도자·코치에게 지급하는 급여까지 학교회계를 통하지 않고 편법으로 지급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학생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운동부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물론 각종 전지훈련비 등을 학부모회가 임의로 지급하기도 했다. 고교 축구부 선수를 자녀로 두고 있는 문성희씨(46)는 “대회 출전할 때나 전지훈련 갈 때처럼 타지에서 합숙하는 일정에는 ‘현금으로 내면 더 싸다’는 이유를 대면서 코치가 직접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매년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 부담이 더욱 커지는 불법모금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상 구호에 그치고 있다. 예산 집행 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전지훈련 등도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도적 허점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안민석 의원은 “합숙을 금지하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도록 법안을 강화하는 한편, 전체 학생 체육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크게 늘리는 방안만이 지금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