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사회]‘관심사병’에게 필요한 관심은 무엇인가

‘관심사병’으로 불리는 군생활 부적응 병사들의 문제는 정신교육이나 단기 치유 프로그램으로 해소될 수 없다. 보다 근원적인 해법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났다.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병영의 가혹행위로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그에 앞서 임 병장 사건이 있었다. 모두 관심사병에 의해 일어난 사건들이다. 잇달아 일어나는 병영 내의 사건들을 접하며, 군이 관심사병으로 파악은 해놓고 막상 제대로 된 ‘관심’을 보이지 않았거나, 어떻게 ‘관심’을 두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부터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느닷없이 겪게 되는 병영의 집단생활은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병사들의 대부분이 ‘관심사병’이 될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의 귀한 자식들이 해마다 100여명이 넘게 병영에서 귀한 생명을 잃고 있다.

‘관심사병’으로 불리는 군생활 부적응 병사들의 문제는 정신교육이나 단기 치유 프로그램으로 해소될 수 없다. 보다 근원적인 해법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얼마 전에 중대장 노릇을 하는 이에게서 고충을 들은 적이 있다. 작전이나 훈련보다는 병사들을 상담하기 바쁘며, 관심사병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중대장인지, 고등학교 담임선생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했다. 관심사병이나 이를 지휘하는 중대장이나 피차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마디로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을 군대에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은 왜 그런 사람까지 데려가 ‘관심’을 주느라 작전도 훈련도 신경을 쓰지 못할까.

군 사망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8월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군 폭력을 규탄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60만’이라는 병력 수는 접근 불가의 성역으로 제한해놓고, 나머지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데에 있다. 어떤 근거로 산출한 ‘60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 국방부나 군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북한군의 전력에 비해 열세라는 소리를 늘어놓은 게 언제부터인가. 북한군에 비해 30~40배가 넘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 지금도 그 소리는 여전하다. 얼마나 더 많은 국방비를 퍼부어야 할까. 백 배, 천 배? 차라리 그 돈으로 외국의 용병을 사오는 게 낫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만한 일이다.

세상의 어느 군대도 전력과 국방 예산에 만족하는 군대는 없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 그들은 60만이 아니라 100만, 200만의 병력을 거느리고 싶을 것이다.

‘60만’의 병력이 꼭 필요한가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들여다보자. GFP(GLOVAL FIRE POWER·군사력)의 2013년 자료에 따르자면, 한국군 전력은 세계 8위, 북한은 28위로 발표되었다. 북한의 핵무기를 대비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핵무기 앞에 병력의 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핵문제는 국제 외교나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제어되어야 할 것이다.

다다익선의 억지논리로 풀기에 우리의 국방비 부담과 병역 부담은 너무 무겁다. 병력을 반으로 줄일 수만 있다면 우리가 부러워만 해온 선진국의 복지시책들을 상당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과도한 국방비를 절감하고 병력 규모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과 대안을 군에만 맡기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남북 간의 소모적인 대결을 종식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의 귀한 자식들을 ‘60만’이나 불러내 바람막이로 삼는 일에 안주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과 대치 중이라는 안보상황도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중국이나 대만도 모병제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대전의 양상이 병력보다는 첨단무기의 운용이 중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직업군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와 군생활 부적응 청년들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과감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건군 이래 1만명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종교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갔다. 지금도 해마다 600여명의 청년들이 1년 6개월의 옥고를 치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두식의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따르면 유엔인권위원회는 1987년 제47호 결의를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을 세계 각국에 요청했고, 1998년 4월 22일에는 제77호 결의를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인정하고 민간 대체복무를 허용하며 병역 거부를 심사할 독립된 기관을 설립하도록 권고했다.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같은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하여 2005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과 대체복무 도입을 권고했다.

대체복무제라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정서를 우려하여 언급조차 꺼리고 있다.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 누가 군대를 가겠는가, 특정 종교로 몰리게 되지 않겠나, 현역 복무에 비해 공정하지 못한 선택이라는 국민들의 지적과 불만은 정당하다. 다만 이를 합리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킬 정치인들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이 부당할 따름이다.

대체복무를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판별할 전문적이고 독립된 기구가 필요할 것이며, 엄정한 심사에 따라 이뤄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또한 현역 복무에 비해 결코 용이하거나 수월해서도 안될 것이다. 현재 공익요원이 감당하고 있는 산림감시, 장애인 수용시설 봉사와 소방 등의 공공활동을 대체하되, 그 기간을 현역의 복무 강도에 비해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3~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체복무제를 준비하던 대만에서는 과도한 인원이 대체복무를 자원할까 우려했는데, 막상 실시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인원만이 대체복무에 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청년이나 관심사병들이 억지로 집단생활에 불려가 자신과 동료들에게 있어선 안되는 파국을 일으키지 않도록 대체복무제가 그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

비상식의 사회

대체복무의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 헌법에 명기된 양심의 자유와 유엔인권위원회와 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이 있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3년 11월 4일부터 7일까지 한국갤럽이 전국 12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76%), ‘대체복무제에 찬성한다’(68%)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이해시키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추진해야 할 공은 정치인의 손에 넘어왔다. 병영 내의 가혹행위와 총기사고를 뜬금없는 교육의 문제로 떠넘기는 비상식적인 사고를 넘어서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시백(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