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예술인복지법]“예술인도 노동자에 준해 보호해야”

예술인복지법 개정안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일명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2012년 11월부터 시행됐지만 법 제정 취지를 살리려면 아직도 보완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월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법 개정 뒤에도 아직 남아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장기적으로 예술인들이 보통의 노동자들에 준해 복지정책의 보호를 받도록 하면서, 문화예술산업 내부의 불공정 관행 때문에 ‘을’로 살아가는 현실 역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인복지법이 개정되었는데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예술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돌아가지 못하는 제도상의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2012년 11월 법이 제정되고, 또 1년여 만에 개정이 되었음에도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것은 법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현재 실질적으로 예술인들이 이 법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산재보험 가입과 보험료 일부 지원밖에는 없는 형편이다. 얼마 전 배우 우봉식씨가 생활고 끝에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는데, 예술인복지법이 제2의 최고은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예술인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해 예술인도 근로자가 보장받는 기본적인 사회보험 체계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예술인의 노동조합 조직 권리를 보장하고,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예술활동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에 준하는 정도로 보호하도록 했다. 최소한 예술인의 4대 보험, 특히 고용보험 가입의 근거만이라도 마련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발의한 내용은 노동부나 기재부 등 관계부처의 반대로 최종 대안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최민희 의원실 제공

예술인 생계에 대한 지원 확대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예술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아직도 근로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으로 고용하고, 임금 체불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 불공정한 거래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 열악한 급여도 시급히 현실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은 계속 성장해 왔는데도 예술인의 소득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건 커진 파이를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한 뒤 경제적 자립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의정활동 중 예술인들의 고충을 피부로 느낄 기회가 적지 않았을 텐데.
“드라마 <각시탈> 보조 출연자였던 박희석씨가 촬영장으로 이동 중에 버스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으셨는데, KBS나 외주제작사, 출연자 공급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유족이 100일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나서야 산재가 인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조출연자가 비로소 근로자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문제를 풀어가려면 예술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한 예술인의 예술활동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예술활동이 아무 사회적 가치가 없다고 얘기할 순 없지 않나.”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