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미등록 이주아동]“출생등록제, 국제사회선 보편적 인권”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 주도하는 이자스민 의원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이 의원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 등 유엔이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국적을 떠나 아동이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에서 교육받고, 치료받고, 보호받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3일 국회에서 개최했던 ‘이주아동권리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필리핀 마닐라 출신의 이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헌정 사상 최초의 다문화 국회의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아동 수가 6000여명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에 대한 출생등록을 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국제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출생등록’을 양도하거나 침해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의 하나로 공유하고 있다. 1990년 발효된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해당 국가에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진다’(제7조 2항)고 명시하고 있다. 협약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에 앞장선 계기는 무엇인가.
“아동이 태어날 때부터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 그 결과로 만들어진 아동권리협약에 우리나라도 이미 비준했다. 이는 국내법과 효력을 같이하도록 돼 있다. 또 아동복지법에서도 이에 대한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 협약에 대한 시행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이주아동을 한국에서 출생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합법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가 이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의원실에서 공청회 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부처별 간담회를 충분히 거쳤다. 법무부는 아동의 기본권에 대한 법적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다만 부모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한다는 우려는 있는 것 같다. 아동들은 금방 커서 어른이 된다. 지금 이주아동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아동들에게도 많은 복지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주아동들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내국인의 세금으로 이주민들을 챙기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외국인들도 세금을 내고 있고, 외국인들도 내국인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외국인도 일반 시민들과 같다.”

그동안 역점을 뒀던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그들의 권리를 신장시켜주는 일에 앞장서 왔다. 다문화가정 정착을 위해 종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법안과 결혼중개업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법률소송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미래의 다문화사회를 위해 제도개선과 인식개선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