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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주30시간 노동]더 많이 일하면 더 많이 생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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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1개 회원국 중 23위였다.
이는 미국의 58.4%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노동전문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에서 미국인들이 유럽인들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불평했다. 2007년 기준으로 미국인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04시간이었던 데 비해 독일은 1436시간, 프랑스는 1564시간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평균값이 아니라 중앙값을 비교하면 미국인들은 700시간 이상 더 많이 일한다. 그럼에도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독일이 95, 프랑스가 99로 세 나라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1인당 GDP는 미국이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1만 달러 정도 더 높지만 빈곤선 이하 아동이나 노인 비율은 미국이 두 배 이상 높다. 미국은 불평등도가 높은 과로사회다.

지난해 10월 퇴근시간을 넘긴 오후 8시쯤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한 건물의 사무실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게이건은 미국의 장시간 노동과 높은 사회적 불평등, 부실한 사회안전망 등을 지적하며 “내가 잘못된 나라에 태어난 게 아닐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미국보다 더한 과로사회는 바로 한국이다. 고용노동부가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6시간이다. 미국 노동전문 변호사가 노동시간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미국보다 300시간가량 더 많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노동일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실제 노동시간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연간 노동 OECD보다 444시간 많아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2010년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노동시간은 연평균 2193시간으로, OECD 평균(1749시간)보다 444시간이 더 많다. 더 많이 일하는 만큼 더 많이 쉬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이다. 52시간은 주40시간 노동시간에 법에서 허용하는 연장근로 시간인 주12시간을 합한 것인데, 이 시간을 넘겨 휴일에도 일하는 노동자 비율은 전체의 12.6%,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24.6%에 달했다(2011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휴가도 잘 쓰지 않는다. 한국 기업의 경우 연차휴가가 평균 11.4일 발생하는데, 실제 휴가를 사용한 일수는 평균 7일(61.4%)에 그쳤다.

더 적게 쉬면서 더 많이 일하는 게 노동자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국가적 차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고 있을까? 지난해 1월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OECD 2009년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자. 한국 노동자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1개 회원국 중 23위였다. 이는 미국의 58.4% 수준에 불과하다. 1위인 룩셈부르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노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이 일하는 걸까.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강수돌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7월 격월간 <노동사회>에 기고한 글에서 “급상승한 생활비에 이어 여전히 낮은 기본급이 연장근로를 강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야간 교대근무제를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는 내용으로 파업에 나선 유성기업의 경우를 보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입사 9년차 기본급은 약 123만원이었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5900원으로, 이는 2011년 기준 법정최저임금보다 1580원쯤 더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는 장시간의 연장노동(월평균 30시간), 야간노동(월평균 80시간), 주말특근(월 평균 37시간)으로 나타났다. 낮은 기본급을 연장노동과 야간노동, 특근을 통한 수당으로 보충한 것이다. 여기에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해고시 안전망 부재 등으로 대표되는 만성적인 고용 불안정 상황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또다른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강수돌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경쟁의 원리를 스스로 내면화한다고 보았다.

기본급 낮아 연장노동으로 수당 충당
지난해 박태주 교수(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노동연수원)가 대표적 제조업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는 이 점에서 시사적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연간 2400~2500시간을 일한다. 주64시간 노동은 일반적이고 80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직장 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221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잔업이나 특근을 빠질 때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문항에 19.4%만이 눈치를 본다고 대답했다. 임금은 어떨까. 현대차 노동자들의 30%는 연간 임금이 8000만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물론 주40시간만 일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아니다. 한 조합원은 “특근을 하지 않으면 임금은 30%가 줄고 (정상근무만 하면) 40% 넘게 준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원은 “특근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임금 차이가 많이 난다. 특근물량이 아예 없어서 안 하면 모르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돈이 있는데 이걸 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빼놓을 수 없다. “오후 5시에 집에 가도 할 일이 없지만 정년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못 견디겠다. 사실 노후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 제일 난감한 지점이다. 재취업도 불가능할 테고, 장사 경험도 없고, (다른 종류의) 사회생활 경험도 없다.” 그 결과 자기계발이나 적극적 여가 사용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박 교수는 “노동이 삶의 단순한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되어버린 ‘노동전일적인 생활’”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가능할까. 정태인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금속노조 회보에 기고한 글에서 사교육비와 부동산값,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 등의 요인을 거론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대기업의 조직노동자라고 해도 사회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연대’라는 아름다운 가치, 그리고 노동계급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중략) 부동산투기, 교육투기, 그리고 대기업의 전횡이라는 양극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한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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