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미 시민 갈증 트위터가 ‘해결사’

자발적 성금 모아 생수 전달…수자원공사 늑장대응 눈총

지난 8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 있는 광역취수장의 취수용 가물막이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50m 가운데 20여m가 유실됐다. 이 사고로 구미취수장으로의 물공급이 끊겨 구미시는 물론 인근 김천시, 칠곡군 일대 주민 49만7000여명이 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유실된 가물막이와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구미시 측은 4대강 준설을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구미 시민들이 물을 받으려고 동사무소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김수민 구미시의원 제공

단수가 며칠간 지속되자 인터넷에는 구미시민들이 직접 올린 ‘단수 체험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냄새가 너무 심해 생수를 몇 통 사서 변기에 내렸다”, “물 없이 사는 오지생활 체험권을 줘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SNS와 블로그를 통해 전파됐다.

‘행복4강’ 물병 공급 수공 논란 자초
정부·여당보다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네티즌들이었다. 11일 네티즌 김성주씨가 트위터에 ‘구미 트윗 친구들 물공급 원정대’ 모임을 개설했다. 여기에 유명 트위터 사용자인 박대용 MBC 기자가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140여만원이 모금됐다. 박씨는 원정대 활동을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기까지 했다. 두 사람과 파워블로거인 미디어몽구 김정환씨는 11일 저녁 바로 구미로 출발, 12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단수지역인 구미시 봉곡동 등에 생수 2000여 통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 사용자의 제보로 주공5단지 단수 소식을 접했다”,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은 관리사무소에 물이 있어도 못 가져간다”, “물이 나와도 흙탕물이 나오는 상황이다”며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12일 저녁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물공급 원정대’에 참여했다. 박씨는 트위터를 통해 “서울에서 트럭 몰고 춘천까지 오신 열혈 트위터 분과 함께 간다”고 알렸다.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는 단수가 해제된 상황이었지만 원정대 측은 “물이 찔끔찔끔 나온다”, “물에 이물질이 떠다닌다”는 제보를 보낸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13일 오후에 철수했다.

반면 수자원공사의 대응은 비교적 답답한 인상을 줬다. 수공은 애초 돌망태기 등으로 복구를 시도했다가 빠른 물살에 복구가 잘 되지 않자 그제야 콘크리트 블록으로 복구작업을 재개했다. 또한 수공 측은 단수사태의 원인으로 4대강 사업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행복4강’이라고 적힌 물병을 주민들에게 공급해 논란을 자초했다. 최홍묵 수자원공사 고객지원팀 차장은 “‘행복4강’ 물병은 사태 전에 제작된 상태였다. 4대강 문제가 민감한 것은 이해하지만, 물병 제작부터 새로 하면 적시에 물 공급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행복4강’을 배포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단수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수공 측은 “사태 직후부터 12일 밤까지 15톤 물차 7대와 500㎖ 생수 약 46만 병을 배포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답했다.

한편 김수민 구미시의원(무소속)은 13일 국가, 수자원공사, 구미시를 상대로 하는 소송인단 모집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구미 시민들은 4대강 공사로 인한 모래바람 피해를 참아왔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국가는 4대강 공사 책임, 수공은 취수장 부실공사 책임, 시는 위기대응 부실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