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패러디 <미각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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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MT-324. 아마 이 기사가 온라인에 올라갈 때쯤이면 이미 저 영문과 숫자 조합에 대한 검색 열풍이 불고 있을지도 모른다. SDMT-324가 뭐냐고? 어쨌든 일단 경고. 오늘 <언더그라운드.넷>에서 다룰 이야기는 ‘19禁’이다. 당신이 혹시 청소년이라면 읽기를 중단하고 다른 ‘건전하고 아름다운’ 기사를 찾아 읽으시기를.

1월 20일 일본에서 발매된 AV물 <미각전설>의 표지.

1월 20일 일본에서 발매된 AV물 <미각전설>의 표지.

저건 1월 20일 발매예고된 한 비디오물의 품번이다. 이름하여 <미각전설>. 맞다. 지난해 말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AV(Adult Video)물로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작품이다. <미각전설>을 만든 회사가 또 성인(주로 남성이겠지만) 누리꾼의 이목을 끌었다. 소프트온디멘드, 줄여서 SOD다. 포털에서 SOD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면 이미 ‘언더그라운드’에서 SOD는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성인비디오와는 다른 참신한, 때로는 종전의 성윤리에서 크게 이탈한 충격적인 기획물을 내놓은 AV전문 제작회사다. 이를테면 체육관에서 500쌍이 집단으로 일을 벌인다…든가, 나체운동회 또는 오르가슴 바이크대회 같은 작품은 SOD 이전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획이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집단지성이다. 회사명에서 드러나듯, 엽서나 메일, 인터넷을 통한 누리꾼의 성적 판타지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 수작(?)들을 만들어낸 회사다. <미각전설>을 발매한 자회사 SOD 크리에이트의 트위터를 보자. ‘tunbo_tunbo’라는 팔로어가 다음과 같은 항의(?)를 한다. “이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청각장애자들을 대상으로 일본어 자막을 붙인 AV-DVD를 제작하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청각장애자들도 즐길 권리가 있지 않나요?” SOD 크리에이트의 운영자는 “좋은 의견이다. 제작팀에 건의하겠다”며 이 팔로어의 의견을 RT한다. 나름대로 성의 있는 답변이 아닌가.

다시 <미각전설>로 돌아가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각전설>의 작품성은 조금 의심이 간다. DVD 표지의 선전문구와 사진을 보면 이 작품이 대충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 “예쁜 각선미를 자랑하는 모 인기그룹 <소○시대>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전라에로 각선미 댄스’가 해금!….” 각선미가 예쁜 모델 5명을 모아서 맹훈을 시키는 장면 등이 언급되어 있다. 사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걸그룹’을 패러디한 작품은 이것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SOD가 출시한 <초신성 아이돌>이라는 작품의 표지를 보면 여성들이 뒤로 돌아 엉덩이를 노출하고 있다. 이건 카라의 ‘미스터’ 댄스에서 비롯된 성적 판타지 아닌가(마찬가지로 일본 걸 그룹 AKB48의 팀 선발과정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초신성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작품도 있다).

어쨌든 궁금한 것은 노골적인 패러디 대상이 된 ‘소녀시대’ 측 반응이다. 지난해 말 이 AV가 논란이 되었을 때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넘어갔던 SM엔터테인먼트 측도 최근 ‘한국 연예인 성상납 만화” 사건 등에 태도를 바꿨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실무근인 만화 묘사와 함께 <미각전설> 등 소녀시대의 명예를 분명히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 AV물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도대체 이렇게 갑자기 악선전이 범람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문화평론가 김세완씨는 “그만큼 한류가 이제 일본사회에서 확실히 뿌리를 내렸다는 방증이 아니냐”고 답했다. 김씨는 일본 패러디 AV물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도 이전에 에로영화들이 문화적으로 성공한 작품을 패러디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경우 제목만 패러디하지 않았는가. 이번 <미각전설>의 경우 캐릭터 패러디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듣고보면 그럴 듯한 이야기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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