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부작용 틈새 막아야

신규 계약시 인상률도 제한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 대비 필요

지난 7월 31일 전격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세 매물이 귀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임차인(세입자)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임대인(집주인)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었고, 수년간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협의한 결과물이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단지의 모습/연합뉴스

다만 개정안 발의부터 시행까지 단 사흘이 걸렸다는 점에서 혼란상도 보였다. 전세금이나 월세를 대폭 높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인근 아파트 31평 전세가 10억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후 12억원으로 올랐다”며 “2년 후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을 5%밖에는 못 올리기 때문에 새로 내놓으면서 가격을 많이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 전세금 인상 제한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공인중개사 B씨는 “인근 아파트 34평을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60만원에 내놓은 분이 월세만 200만원으로 올려 새로 내놨다”면서 “전세보증금으로 따지면 1억원 정도를 올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인 입장에선 경우에 따라 이미 갱신한 계약의 임대료를 낮춰서 새로 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대치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C씨는 “전세 만기가 오는 8월 20일인데 꽤 오래전에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10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을 올린 경우가 있었다”면서 “법이 소급 적용되면서 임대료 상승폭이 5%를 넘어 문제가 됐는데 임차인에게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결하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받고 세입자를 들이겠다”, “실거주를 이유로 허위로 계약갱신을 거부한 후 손해배상을 하게 돼도 전셋값을 올리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돈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은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 시행에 대한 반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대부분은 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씨는 “갱신을 앞둔 분들은 모두 구두로 소급해서 새로운 임대차 3법대로 가기로 했다”면서 “약간의 혼란은 있지만 임차인은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근 래미안 대치팰리스 34평의 전셋값은 최소 16억원이다. 재계약 시점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소 2억원씩은 올려주고 살던 세입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세 가지 제도를 담고 있어 소위 ‘임대차 3법’으로 불린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임차인이 2년 기한으로 기존의 전·월세 계약의 연장을 1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인이 계약을 연장할 때 전세금이나 월세를 기존 계약 금액 대비 5% 이상 올릴 수 없게 제한을 둔다.

4년마다 전세금 폭등 가능성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는 주택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 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사항을 관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기존 임대료 정보를 알 수 있어 신규 세입자가 정보의 비대칭으로 불리한 협상을 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임대차 3법 개정으로 1989년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후 31년 만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은 큰 변화를 맞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이자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까지 임대차 관계는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기간과 임대료를 정했는데 이제 임차인이 대등하게 협상해서 임대차 조건을 정하는 관계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지난 8월 3일 열린 참여연대 주최 좌담회에서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 주택이라는 사적 재산권을 주거안정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의 ‘계약갱신제도 도입과 임대료 규제’ 권고를 이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존 세입자에게도 갱신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일부 임대인이 전·월세 가격을 한꺼번에 인상하려는 시도를 제도적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 계약 시 임대료가 크게 오를까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통합당은 이런 우려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전세 제도는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임대료 상승폭이 커졌는데 임대료 인상 제한으로 상승률이 둔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면서 “다만 4년이 지나 신규 계약 시점이 도래할 경우 불안정해질 수 있고, 반전세 형태로 전환하면서 전세가 줄면 전세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1대 총선 공약대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도 이전 세입자의 임대료와 비교해 전·월세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이원욱 의원이 제출했지만,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4년마다 계단식으로 임대료가 인상되는 일을 막으려면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대체로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취하는 나라를 보면 신규가 아닌 갱신 시에만 임대료 상승 폭을 제한하는데, 그건 우리와 달리 갱신 횟수의 제한이 없고 갱신 기간이 긴 경우 시장 임대료와 차이가 벌어지는 걸 따라갈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갱신 기간(2년)과 횟수(1회)를 짧게 해 도입한 경우라 임대차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 확인될 경우 최초 임대료 인상률 제한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년 정도 주택 임대시장 추이를 살펴본 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추가 입법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대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임대주택의 품질 유지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권일 팀장은 “임대료가 제한되면 집주인 입장에서 집을 수리하는 비용이 부담되거나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고 수선에 대한 책임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수선이나 개선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신고 의무제 앞당겨야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급격히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갭투자(전세보증금 승계 거래)로 집을 산 경우 새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빼주고 월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서울의 주택 구매 절반(52.4%)이 갭투자였고, 강남 4구의 경우 그 비율이 72.7%에 달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전세 제도가 이자 없이 임차인에게 돈을 빌려서 집을 살 수 있는 사금융처럼 활용되고 있다”면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돈을 갚고 월세로 돌릴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돼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 3법과 전세 매물 감소의 인과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1995년 이래 전세가 줄어드는 것은 대세적 흐름이었다. 서울만 놓고 보면 1995년 43.8%였던 전세 거주 비율은 2005년 33.2%, 2015년 26.2%로 줄었다.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로 전세금 수익이 낮아지면서 월세로 전환할 유인이 더 커졌다. 최은영 소장은 “기준금리가 0.5%로 역대 최저 상황이라는 점이 근본 원인인데 이를 임대차 3법 때리기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는 월세에 비해 주거비용이 낮고 목돈을 마련해 주택을 구입하는 선순환 구조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전세가 줄어들 경우 주거비 부담을 줄일 대안이 있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해법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전·월세전환율을 저금리 시대에 맞춰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전환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연 10%)과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0.5%)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연 3.5%)을 더한 비율 중 낮은 비율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7월 기준 전·월세전환율은 연 4%이다. 시중은행의 대출이자율이나 마이너스통장 이자율보다 높다. 최은영 소장은 “현재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4%의 전환율은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시행령을 바꿔 최소한 3% 이하로 낮춰야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유인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대차신고제는 공평한 과세기반 확보, 주택·금융 정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수 대표는 토론회에서 “고가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 형성과정과 임대인이 받은 보증금·월세 파악이 가능해 증여세와 임대소득세의 과세기반을 강화할 수 있고, 지역별·가구별·소득별 전·월세 가격을 파악해 표준임대료 등 주택·주거정책을 위한 기본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인의 계약갱신권 거절 사유인 실거주를 입증하는 공적 자료 역할도 할 수 있다.

임대차 관련 분쟁이 늘어날 경우 분쟁조정위 판단의 기준이 될 표준임대료를 만드는 데도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랩장은 “실거래가 신고를 통한 임대료 통계로 지역별로 표준임대료를 만들어야 이를 근거로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면서 “사실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먼저 하고, 그 이후 임대료 상승 규제를 하는 게 옳은 순서였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