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부동산정책, 참여정부와 닮은 꼴?

서울 부동산가격 올 8월까지 6.85% 상승… 한은, 그래도 꿈쩍 안 해

2006년 서울 부동산 가격은 전년 대비 24.11%나 상승했다. 1990년(37.62%)와 2002년(30.79%)에 이은 역대 세 번째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폭등을 두고 “너무 올라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을 정도로 2006년 집값 폭등은 참여정부 최악의 실정으로 기록된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2018년 8월까지 서울 부동산 가격은 6.85% 상승했다. 2006년 이후 최대 상승률로 이미 전년 연간(5.28%) 수준을 넘어섰다. 12년이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실정을 반복하게 될까.

세종시 아파트 견본주택 밀집지역 주차장 공터에서 한 모집인이 의자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2006년 집값 폭등 참여정부 최악 실정

먼저 노무현 정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살펴보자. 참여정부의 국정 브리핑 특별기획팀이 펴낸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을 보면 2006년 부동산 폭등의 발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004년 7월 “건설투자의 급락을 막겠다”며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주택건설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발표한다. 다음달 통화당국도 이에 응했다. 한국은행은 3.75%였던 콜금리 목표치를 13개월 만에 3.50%로 낮췄다. 재경부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응답한다. 2004년 연말 종부세 과세대상은 당초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되고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후퇴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종합구멍세’라며 강하게 규탄하지만 청와대는 재경부의 손을 들어줬다. 건설경기 부양책, 종부세 후퇴,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정책 후퇴로 받아들여졌다. 한은 금리는 2004년 11월 석 달 만에 금리를 추가인하해 3.25%까지 낮췄다.

2003년 10·29 대책 이후 1년 넘게 잠잠했던 집값은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한다. 1월 0.31%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월 1.05%로 오르더니 3월 1.17%, 5월 2.2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후퇴시킨 종부세를 원상복귀시켰다. 처음에는 불길이 잡히는 줄 알았다. 정부 대책에 8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0.45%로 숨죽이고 9월 0.17%로 더 떨어졌다. 10월 한국은행도 1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3.50%로 인상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8% 하락하며 안정세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11월 0.24%로 상승반전했고 12월 0.55%로 껑충 뛰었다. 집값 폭등은 해를 넘어 이어지며 2016년 1월 0.93%, 2월 1.12% 등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한은은 2월, 6월, 8월 등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며 콜금리 목표치를 4.50%까지 끌어올리지만 효험은 없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월 6.23%까지 뛰었다.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서 한은은 이후 11개월간 금리에 추가적으로 손을 댈 수도 없었다.

경기와 고용 이유 규제강화 고삐 늦춰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등하면서 2005년 1분기부터 유동성 과잉 조짐이 있었다. 정부도 알았다. 하지만 정부는 금리 인상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는 등 ‘작은 칼’인 금융기관 대출규제를 택했다. ‘큰 칼’인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투기지역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1건이라도 받은 사람은 추가대출을 제한했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이때 도입했다. 하지만 대출증가세는 2006년 하반기까지 꺾이지 않았다. 투기지역의 아파트 담보대출은 본인 명의를 제한하더라도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받을 수 있었고, DTI 도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저금리는 상당수 전세수요자를 매매수요자로 돌아서게 했다. 이대로는 서울 집을 못 사겠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수요자들이 빚을 내 집 사는 데 뛰어들었다. 은행은 아파트 매매계약서만 있으면 돈을 빌려줬고, 직장인들은 벌어들이는 소득의 4분의 1 이상을 이자로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집값 상승폭이 훨씬 컸던 데다 당분간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 뻔해 부담도 적었다.

참여정부 국정 브리핑 특별기획팀은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사’를 통해 “참여정부가 딱 한 번 경기부양의 유혹에 흔들린 적이 있다”며 “그 결과 투기의 부활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최근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이들이 과연 ‘뼈아픈 교훈’을 얻었는지 자신하기 어렵다. 경기와 고용을 이유로 부동산 규제 강화의 고삐를 늦췄다가 투기심리를 살린 것이 12년 전과 빼닮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3월 전달 대비 1.25% 상승해 정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 이후 6월에는 0.39%까지 상승세가 꺾인다. 하지만 7월 0.53%로 반등했고, 지난달에는 1.17%까지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반등 불씨가 된 것은 7월 6일 발표한 기재부의 종부세 개편안이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종부세 개편안은 ‘물 보유세 개편안’이라는 조롱을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받고 있다. 지난 6월 재정개혁특위가 마련한 원안은 종부세 부과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 80%에서 매년 5%포인트씩 올려 100%로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20년까지 90%까지만 올리는 것으로 바꿨다. 시가 24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는 현행보다 28만원 세금을 더 내는 것에 그쳤다. 기재부가 종부세 강화를 꺼린 것은 서울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상황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까지 올리면 세금증가폭이 너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금부담이 커지면 내수를 위축시켜 고용과 경기에 부정적이다.

나흘 뒤인 10일 발표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은 투기심리 회복에 결정타가 됐다. 이는 2005년 재경부의 SOC 투자 확대 발표처럼 공급부분을 자극했다. 두 발표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원투펀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올렸다가 정권을 빼앗긴 트라우마가 있어 문재인 정부도 강한 투기대책을 낼 수 없을 것으로 투기세력들이 믿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꿈쩍도 않는 것도 12년 전 판박이다. 한은은 9개월째 금리를 1.50%에서 동결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8월 31일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현실화됐고 4월에 가선 신흥국 금융불안이 터졌다”며 “불확실성 전개방향을 더 지켜보고 신중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와 고용 등이 나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서울 집값 폭등에 깜짝 놀란 여권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뒤늦게 강력한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8·31 대책 당시 정책을 총괄지휘했던 국무총리였다. 결과론적으로 2005년 8·31 대책은 2006년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심형석 성결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처럼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시장이 믿어버리면 그때는 부동산을 잡기 정말 힘들어진다”며 “정책 대응 흐름이 12년 전과 너무 비슷한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