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장난감 ‘키덜트’ 드론 열풍

단돈 5만~6만원이면 무선 전송장치 적용…

50만원 정도면 50m 높이서 내장 카메라로 촬영

회사원 최모씨(36)는 요즘 ‘드론(소형 무인항공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주말이면 집 근처 대학 캠퍼스나 공원 등지에서 드론을 하늘에 띄워놓고 종일 시간을 보낸다. 7살, 5살 난 아들 둘도 항상 데려간다. 최씨는 “아이들과 같이하는 취미생활이어서 집의 눈치를 안 봐도 돼 좋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씨(43)는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한 10만원짜리 드론을 휴일 캠핑 때마다 꼭 챙긴다. 강씨는 드론을 주로 사진 찍기에 활용한다. 그는 드론을 이용하면 평소와 전혀 다른 구도와 각도의 풍경사진을 건질 수 있다며 주변에 ‘드론 예찬론’을 편다.

최씨 같은 ‘키덜트(아이 같은 취향이나 취미를 가진 어른)’족과 강씨 같은 레저인구가 점차 늘면서 국내 드론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드론은 무선전파로 조종하는 무인기를 말한다. 드론의 사전적 의미는 ‘웅웅거리는 소리’지만 최근 인기를 감안하면 귓전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라고 해야 더 가깝다.

온라인 오픈마켓 매출자료 등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드론 판매량은 업체마다 최소 3~4배 이상씩 크게 늘었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백화점 키덜트 매장 ‘토이앤하비’의 드론 매장 ‘헬셀’에서 고객들이 드론 비행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 아이파크백화점

저렴해진 가격·간편한 조작방법 인기
지마켓에서는 올해 1~5월 드론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증가했다. 3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판매 흐름을 보여주는 인기검색어 순위에서도 드론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드론은 6월 둘째 주(6월 8~14일) 기준 지마켓 무선조종(RC) 완구분야 인기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장난감 전체 순위에서도 드론은 5위를 차지했다.

옥션에서도 5월 중순부터 최근 한 달 동안 드론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오픈마켓 11번가는 올 들어 4월까지 드론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560% 급증했다. 특히 4월에는 드론이 매스컴에 잇따라 노출되며 전달보다 두 배 이상 판매가 뛰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중국산 드론이 대거 입고된 5월에는 3월보다 매출이 138% 상승했다. 올해 드론 구매자 성별은 남성이 여성보다 여전히 많지만 신장률로만 보면 여성 소비자가 남성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판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드론의 인기는 종전보다 저렴해진 가격과 간편한 조작방법, ‘셀카’와 캠핑문화의 확산 등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어른들의 취미용 장난감으로 각각의 취향과 목적을 만족시켜줄 만큼 다양한 가격대의 여러 상품군이 존재하는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실제로 시중에서는 단돈 5만~6만원이면 무선 전송장치가 적용된 드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비행 중인 드론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지상에서 스마트폰을 연결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능은 기본이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영상 저장과 스냅샷 촬영 등도 가능하다.

50만원 정도의 드론이면 50m 높이에서 내장된 카메라로 방송 뉴스의 제보영상으로 쓸 수 있을 만큼 깨끗한 화질의 화면을 만들 수도 있다. 사나흘 연습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간편하고 프로펠러 주변에 보호막이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적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형 드론도 인기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드론 파이터’는 조이스틱 형태의 조종장치로 드론을 작동하며 허공에 뜬 상태에서 ‘공중전’을 벌일 수도 있다. 드론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공격을 주고 받는데, 기체 손상과 격추 등 전투상황을 조이스틱을 통해 전달한다. 해당 제품은 비행체와는 별도로 컴퓨터로 구현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가격이 10만원 이하로 저렴한 중국 SYMA사의 ‘X5C드론’.(사진 위) 300만원대의 고가 제품인 중국 DJI사의 ‘인스파이어 원’.(사진 아래)

비행금지 시간·장소·행위 등 숙지해야
이 같은 ‘드론 레이싱’을 더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 3D 안경을 착용하는 이용자도 많다. 3D 안경을 사용하면 비행속도나 장애물을 확인하는 등 마치 직접 비행을 하는 듯한 ‘증강현실(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취미용 외에도 재해나 산업현장, 방송 촬영 등에 사용되는 전문가용 드론도 판매가 증가추세다. 사진기자와 방송 PD 등 영상을 다루는 전문직 종사자와 재난관리 부처의 공무원이나 경찰, 소방관들이 주고객이다. 800만원대 상급자용 드론의 경우 2~3㎏짜리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고, 조종거리도 통상 50m 정도인 초보자용의 20배가 넘는 1㎞에 이른다.

드론 시장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연습용 드론의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통 2만~3만원대인 미니 드론은 영상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사용하기 전 연습용으로 구매하거나 놀이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크기가 10㎝ 내외로 작아 실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비행거리도 20m 내외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생긴 것은 물론 작동방식도 일반 드론과 똑같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채널 중에서는 처음으로 드론 전문 매장을 낸 현대아이파크백화점의 서일엽 마케팅 이사는 “연습용 드론 구매고객은 ‘실전 드론’의 예약고객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최근의 판매량 증가를 주목하고 있다”며 “드론 시장은 현재 10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20~30%의 고공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드론 비행과 항공 촬영이 일반화되면서 항공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항공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비행금지 시간과 장소, 행위 등을 숙지하지 못한 탓이다. 수도방위사령부 자료를 보면 2010년 6건에 불과하던 수도권에서의 항공법 위반 적발건수는 지난해 49건으로 늘었다.

취미나 상업용으로 드론을 띄웠다가 과태료를 부과받는 사람이 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조종자 준수사항’을 고지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해가 진 뒤 드론 비행은 불법이다. 야구장·축구장 등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의 드론 비행도 과태료 200만원을 물어야 한다. 공항 반경 9.3㎞ 이내, 고도 150m 이상 비행도 금지된다. 이·착륙 항공기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드론의 추락이나 충돌에 따른 안전사고, 항공 촬영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역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한 드론 동호회 회원은 “늘어나는 드론 인구를 감안해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