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 쏘나타, 내리막길 타나

풀체인지 신형 출시 6개월 만에 판매 급감… 라인업 강화로 반전 가능할까

30여년간 국산 중형 세단의 대명사이자 국민차로 불린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LF 쏘나타는 출시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쏘나타는 1985년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까지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해온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다. 1988년 쏘나타, 1993년 쏘나타II, 1998년 EF 쏘나타, 2004년 쏘나타(NF), 2009년 쏘나타(YF)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1993년 5월 출시된 쏘나타II는 33개월 동안 60만대가 팔리며 중형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2014 뉴욕 모터쇼’에서 선보인 신형 쏘나타와 쏘나타 2.0 터보 모델. | 현대자동차 제공

고객들 준중형·준대형으로 이동
하지만 지난 4월 출시된 LF 쏘나타가 ‘쏘나타=국민차’ 공식에 균열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LF 쏘나타는 지난달 4353대(택시 모델 판매량 2508대 제외)가 팔렸다. 출시 첫 달이었던 4월(1만1904대)보다 판매량이 절반 이상 떨어진 것이다. 5월까지는 1만324대가 팔리면서 신차효과를 누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효과를 대개 6개월가량으로 본다. 하지만 6월 들어 6925대가 팔리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7~8월엔 각각 6366대, 5596대가 팔렸다.

LF 쏘나타 판매 부진은 기존 모델인 YF 쏘나타와 비교해보면 더 뚜렷해진다. 2009년 9월 출시된 YF 쏘나타는 출시 5개월차에 1만3962대가 팔렸다. 5596대가 팔린 LF 쏘나타에 비해 신차효과가 길었던 셈이다.

현대차는 8월 20일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LF 쏘나타 택시 모델을 출시했다. “당초에는 택시 생산계획이 없었지만 고객 요구에 따라 택시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고 했지만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판매량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LF 쏘나타의 판매가 부진한 요인으로는 연비가 제자리걸음을 한 점, 소득 양극화 탓에 내수시장에서 중형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현대차는 LF 쏘나타 공식 출시 전 미디어 설명회에서 연비가 ℓ당 12.6㎞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사전검증 과정에서 연비가 ℓ당 12.1㎞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현대차는 확정되지 않은 연비를 발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재조정된 연비는 기존 모델(ℓ당 11.9㎞)과 큰 차이가 없다. LF 쏘나타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신형 제네시스에 이어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하면서 안전성 측면에선 진일보했다. 하지만 연비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 추세와 달리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연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비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이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형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도 판매 부진 요인이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는 준대형 그랜저 HG 판매량이 중형 YF 쏘나타 판매량을 웃돌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내수 전 차종 중 그랜저가 기아차 모닝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예전 쏘나타 구매층이 준중형 아반떼와 준대형 그랜저로 각각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구매수요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기존 쏘나타 수요가 그랜저로 옮겨간 게 쏘나타 판매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디젤 모델로 부진 탈출
경쟁 차종의 판매 호조도 쏘나타 판매 부진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르노삼성 SM5 디젤 등은 국내 ‘디젤 열풍’과 맞물려 판매실적이 나쁘지 않다. 연내 도요타 캠리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되면 중형차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미시장 판매실적은 아직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현대차엔 위안거리다. 지난 5월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간 LF 쏘나타는 지난달까지 공장 출고 기준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6380대를 시작으로 6~9월 2만대 이상 꾸준히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 북미에선 내수시장과 달리 그랜저 판매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쏘나타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연내 중국 공장에서도 LF 쏘나타 현지 생산이 이뤄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중국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내수시장 부진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라인업(제품군) 강화로 쏘나타 판매 부진을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11월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온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기존에 비해 10%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ℓ당 16.8㎞다.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차 구매 시 정부가 1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차 판매 환경이 다소 나아진다.

내년에는 쏘나타 디젤 모델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디젤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젤 모델 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올해 2015년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디젤 모델을 서둘러 포함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추락하고 있는 쏘나타가 라인업 강화를 통해 다시 국민차로 부활할 수 있을지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지환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