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투자해도 될까요

연한 규제완화로 호가 들썩… 사업기간 길고 일반분양 쉽지 않아

“잠실 5단지의 재건축 투자 가치는 아주 높다고 봐야지요. 전용면적 85㎡ 시세가 11억5000만원 선인데 지금 가격이 요 몇 년 새 가격의 딱 중간치입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많이 올랐을 때는 13억을 넘었고, 제일 많이 떨어졌을 때가 8억대 중반이었어요. 정부의 규제완화로 재건축도 빨리 진행될 거고, 지금 사 두면 집주인의 추가분담금 없이 85㎡를 받게 됩니다. 새 아파트 가격은 최소 16억 이상 갈 거구요.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서 5단지를 찾는 사람이 늘었어요. 길 건너 짓고 있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이 아파트 단지 가치도 더 커지지 않겠어요. 더 오르기 전에 빨리 투자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박신혜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상가내 송파부동산 대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010년 3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 연합뉴스

추가분담금 더하면 일반분양보다 비싸
직장인 김현신씨(52)는 살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큰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재건축이 성사되면 살던 집보다 큰 집을 추가분담금 없이 분양받고, 목돈까지도 손에 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우선 조합원 자격으로 85㎡형을 신청해 무리없이 85㎡형을 배정받았으나 추가분담금이 1억4500만원이나 됐다. 김씨의 재건축 투자 과정과 대략적인 손익을 따져보면 이렇다.

그는 2004년 6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시영아파트 62㎡(19평형)를 5억6000만원에 사서 입주했다. 지은 지 20년 된 낡은 아파트를 사서 입주까지 한 이유는 당연히 재건축을 기대해서다. 공인중개업소가 재건축이 성사되면 85㎡형을 추가분담금 없이 분양받고 현금 5000만~6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08년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당연히 아파트 값도 곤두박질쳤다. 그런 와중에 재건축은 더디게 진행됐다.

김씨는 희망한 대로 85㎡형을 배정받고 2012년 4월 인근 지역으로 이주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시점인 2017년 초까지 전세살이를 해야 한다. 요즘에는 추가분담금 말고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분양 계약률이 2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도급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급제는 시공사는 아파트만 지어주고 조합이 건설 대금을 건설사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건설 대금은 일반 분양분으로 회수해야 하는데 일반 분양이 잘 안 되면 조합원이 공사비를 추가로 나눠 부담해야 한다.

이 단지는 기존 2500여가구를 3263가구로 재건축 중이다.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맡았고 지난 6월 일반 분양에 들어갔다.

일반 분양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2000만원 안팎으로 85㎡ 분양가는 6억8000만원 선이다.

김씨는 “낡은 아파트 산 값에다 추가분담금까지 합하면 새 아파트 85㎡를 받는다 해도 오히려 손해”라면서 “재건축을 노리고 10년 정도 기다렸는데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뒤 부동산시장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시장 투자가치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연한이 이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들은 재건축 투자 물건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정부의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은 틀림없다. 서울 강남지역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지역 등 재건축 연한이 된 아파트가 많은 곳은 정부 발표 이전에 비해 거래가 다소 늘어나고 실제 거래 금액도 올랐다.

목동 신시가지 5단지의 경우 95㎡는 8억8000만원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뒤 3000만원 안팎이 오른 가격이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986년에 입주한 대단지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불과 2년 앞두고 있다.

서울공인중개사 대표는 “95㎡를 사면 122㎡를 추가분담금 없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122㎡형은 최고 17억5000만원까지 갔는데 새 아파트 가격은 더 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남지역도 마찬가지다. 은마아파트 상가내 강남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개사무소 차린 후 이렇게 단기간 변동 폭이 큰 것은 처음이다”라면서 “정부 발표 후 4000만~5000만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건축 투자가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만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느냐다.

부동산 전문가들 회의적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부동산경기가 확연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가치가 높아지려면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 아파트 분양이 잘돼야 하고, 일반분양 아파트 분양가도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실수요자들 사이에 아파트 값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지역의 경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70%에 육박하는데도 거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란 게 우리나라의 전세제도처럼 집값이 계속 올라야 유지될 수 있는 특이한 시장”이라면서 “지속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이미 탄력을 잃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업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재건축 투자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다. 가락시영은 2003년 재건축 추진을 위한 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자체가 재건축 절차를 단축해 이전과 비교하면 재건축이 속도를 내겠지만 주민들의 의견, 일반 분양가 조정 등 복잡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조합 설립에서부터 착공까지 최소 10년은 걸리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수익성 분석은 은마아파트의 1분기 평균 실거래가격을 토대로 했다.

은마아파트가 지금부터 5년 후 재건축이 끝난다고 가정할 경우 재건축 후 예상 세후 총 수익률은 9.4%로 연 평균 수익률은 1.9%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은행의 4~5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2.96%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은마아파트는 현재 조합설립 인가도 나지 않은 상태다.

재건축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예상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대표는 “은마아파트가 5년 내 재건축이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최소 10년은 잡아야 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면서 “부동산경기 회복이 어려운데다 재건축 사업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재건축 투자 위험요인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