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의 눈]안철수가 존경받는 이유

가히 안철수 현상이다. 청년으로부터 시작된 기대가 저변이 확대되면서 일종의 팬덤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고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해석은 각각이다. 처음에는 대부분 ‘내 자식도 저렇게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거나,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역할모델로서의 역할에 주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존 한국 사회에서 만나지 못했던 생각이나 식견에 대한 놀라움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듯하다.

물론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일부의 불편함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주영씨나 이병철씨처럼 국가적인 산업을 일으키거나 그만큼의 사회적 기회를 창출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기업의 성과에 대해 일방적인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본인의 시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객관적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안철수에 대한 비판이 당위를 가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물론 필자의 시각이 온전히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시선은 아닐 수 있다). 이유는 그가 벤처기업가와 교수로 살아온 흔적 때문이다. 처음 백신을 만들어 무료보급에 나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개인들에게는 무상으로 백신을 보급한다는 당시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특성상 유료사업은 쉽지 않았으므로 그 자체가 시장의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교수는 창업 초창기 적자가 누적되고 경영이 장벽에 부닥친 순간에도 당시 금액 1000만 달러의 인수제안을 거절했다. 단순히 부나 이익이 목적이었다면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한 것이다. 또 그 결과 대한민국은 글로벌 보안업체가 비싼 값에 독점적으로 백신을 팔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V3백신 때문에 다른 나라의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해서 독점시장을 구축한 다음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의 전략이 우리나라에서는 먹혀들지 못한 것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아래아한글이 있는 한국 시장에서 MS가 다른나라에 비해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싸게 팔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안 교수의 공익적 기업관은 막대한 무형의 이익을 우리 사회에 안겨준 셈이다.

두 번째는 기업으로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성공한 기업가의 반열에 올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철수 연구소가 문방구 회사를 만들거나, 자신의 주력사업과 관련없는 기업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 안연구소의 현금 동원력으로 충분히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안연구소는 소프트웨어사업이라는 외길을 갔다. 문어발 확장과 무분별한 사업 확대로 어지간하면 회장 명함을 달곤 하는 일반 기업가의 길과 달랐던 것이다.

즉 정정당당한 방식으로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4%에 속하는 세계 유수의 인터넷 보안회사를 탄탄하게 이룩할 수 있다는 신화를 남긴 것이고, 최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정의, 공정, 사회적 기여라는 기업관을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단계에서 경영권이라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에게 기회를 주었고, 자신은 2선으로 후퇴한 다음 경험을 나누기 위해 교수로 변신했다.

박경철의 눈

이렇게 기업과 기업인이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을 말이 아닌 행동,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으로 보여줌으로써 무조건 기업가를 존경하라가 아닌 어떻게 하면 존경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의 고언이 고깝기보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