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야기]한국롯데 위에 일본롯데

롯데그룹이 일본 대지진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주인 신격호(일본이름 시게미츠 다케오) 회장이 일본에서 기업을 시작한 데다, 현재 많은 사업장이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롯데는 대지진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의 공장이 일본 서부에 소재하고 있어 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쓰나미가 휩쓸고 간 센다이시 소재 롯데아이스크림과 롯데상사 물류창고의 일부 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 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일본롯데는 도쿄의 신주쿠를 비롯해 사이타마, 후쿠오카 등지에 현지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적었지만, 일본이 지진다발 지역이므로 일본롯데에 대한 우려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로 이루어져 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이 양쪽의 대표를 맡고 있고, 2세들과 계열사간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두 집단이 동일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별개 사업군이다. 신격호 회장 이후 롯데의 경영 측면의 변화에 대해 한국과 일본 재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런 사실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일본롯데 부사장인 장남 동주씨(일본이름 시게미츠 히로유키)가 일본롯데를, 한국롯데 회장인 차남 동빈씨(일본이름 시게미츠 아키오)가 한국롯데를 맡는 것으로 경영권 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 현재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어떤 모습일까. 두 집단의 계량적 수치로는 모든 부문에서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를 압도하고 있다. 우선 경영실적을 보면 매출은 2009년 말 기준으로 한국롯데가 2조6000억 엔, 일본롯데가 4700억 엔을 기록해 한국롯데가 5.5배나 많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한국롯데가 1조3700억원, 일본롯데가 6억3000만 엔으로 한국롯데가 무려 22배나 많았다. 지난해 말 현재 계열사 숫자는 한국롯데가 74개, 일본롯데가 20개로 3.7배. 2009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은 한국롯데가 4조4000억 엔, 일본롯데가 6100억 엔으로 무려 7.1배의 격차를 보였다.

이런 외형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지배구조관계. 현재 한국롯데의 지배구조도를 그려보면 신격호 회장 일가족과 (주)호텔롯데가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로 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주)호텔롯데의 대주주가 일본롯데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라는 점. 일본 롯데홀딩스는 (주)호텔롯데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롯데건설 등 한국롯데 전체 계열사의 절반이 넘는 40여개사의 대주주여서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롯데의 지배기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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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롯데와 일본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2007년 4월에 설립됐다. 경영승계를 앞두고 지배구조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 회장 이후’ 2세들간 독자행보에 나설 경우 현재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본 대지진이 롯데의 사업배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chaebul@chae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