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중의 복잡미묘](6)국회는 ‘대선게임’용 링이 아니다

국정감사 시즌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감사 계획서에 명시된 국정감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국정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입법활동과 2021년도 예산안 심사에 필요한 자료 및 정보를 획득하고, 나아가 국정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정 요구함으로써 헌법에서 국회에 부여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함.”

지난 10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국정감사는 의회가 행정부의 실태를 점검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장이다. 교과서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2020년에 검찰이 제1야당에 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나, 2015년에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택지 개발사업에 비리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국정의 잘못된 부분’으로 국정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두가지 이슈가 국정감사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국정감사 첫날, 대장동과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 ‘특검 수용하라’는 피켓을 들고 말싸움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아마 이번 국정감사 내내 이런 모습이 계속될 것이다.

정치는 교과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국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국정감사마저 유력 대선후보에 대한 공방전으로 소모되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지금 정부에 따져 물을 것이 대장동 사건뿐인가. 코로나19가 야기한 민생위기와 정부의 미흡한 지원, 날로 심해지는 자산 양극화와 소득 격차,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응, 이 모든 것이 유력 대선후보들의 도덕성 논란에 묻히고 있다.

국회가 대선캠프 간의 전장이 돼버린 현상은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탓만은 아니다. 대선 1·2위를 다투는 후보들이 불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현상황에서, 대선은 사생결단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말하지만, 이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당연한 말이다.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은 선출된 5년짜리 왕과 다를 바 없고, 정당의 목적은 대선 승리에 집중되며, 국회의원은 승리를 위해 대통령(후보)을 지키거나 공격하는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각제 반대 논리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국회가 불신받는 이유가 대통령제다. 현재 구조는 국회의원이 국민이 아닌 대통령에게 충실한 국회다. 당론 정해지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뭘 해결을 못 하지 않나.”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의 말이다.

이기중의 복잡미묘

강력한 지도자가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시대의 개혁을 추진할 거라는 대통령제의 이상은 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투쟁하던 시절의 것이다.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는 민주주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1 대 1의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누가 승리하든, 다시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데 5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벌써 누가 대통령이 돼도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돈다. 여기에 국민의 미래는 없다. 이 우울한 전쟁을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

<이기중 서울 관악구 정의당 구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