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간사 궁합, ‘찰떡’도 있고 ‘개떡’도 있다

후반기 국회 환노위ㆍ안행위 여야 강성파 포진 출발부터 삐걱… 교문위 등은 의외의 파트너십 발휘 대조적

여야 양당 간사들의 역할은 국회 상임위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 서로간에 궁합도 맞아야 하고, 여야간 협상 능력도 발휘해야 상임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지난 7월 후반기 국회 출범 당시 가장 관심을 끈 상임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였다. 여당에서 ‘야심차게 발탁한’ 간사는 검사 출신 권성동 의원이었다. 환노위 위원장이 야당 몫인 데다 전반기 국회 내내 야당의 강성파 의원에게 밀렸다고 생각한 새누리당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고, 그 적임자로 선택된 게 바로 권 간사였다. 이에 맞서는 야당 간사는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전형적인 486 출신 국회의원인 이인영 의원이었다.

10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간사(왼쪽)와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가 정회를 요청한 후 국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강경한 여- 대처 미숙한 야 ‘충돌’ 불 보듯
두 간사 모두 강성이었다. 특히 권 간사는 이미 환노위 야당 의원에게 껄끄러운 인물로 인식됐던 터였다. 권 간사는 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 간사 시절 지난 2월 환노위에서 여야가 통과시킨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계류시켜 환노위의 비난을 샀던 전력이 있다. 궁합이 딱 봐도 좋지 않았다. 충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평이 많았고,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 간사와 이 간사의 맞대결로 후반기 환노위는 전반기 국회(여당 김성태 간사, 야당 홍영표 간사)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 사이에는 여당의 권 간사가 너무 강경한 입장이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이 간사 역시 이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도 간사들의 강대 강 맞대결이 점쳐지던 곳이다. 여당은 조원진 간사로, 야당은 정청래 간사로 맞불을 놓은 상임위였다. 정부조직법 논란으로 안행위는 여야가 맞섰다. 정기국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담뱃값 인상문제로 또다시 충돌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담뱃세 인상에 합의했으나 야당 정 간사를 중심으로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지방세법 개정안은 결국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지방세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됐다. 한 야당 의원은 “간사의 역할은 협상을 하는 것인데 상임위에서 처리 못하고 바로 본회의에 넘어갔다는 것은 두 간사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한 인사는 “여당의 조 간사는 여당 내부에서 생각보다 더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으나 야당 간사가 워낙 강성이라 협상이 힘들다”며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또 다른 강대 강 간사 맞대결이 예상된 곳은 국회 정무위였다. 전반기 국회 말미에 정무위 간사를 맡은 여당의 김용태 간사와 후반기 국회에서 초선으로서 처음 야당 간사를 맡은 김기식 간사가 맞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의외로 두 간사의 궁합이 나쁘지는 않았다. 정무위 주변에서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양당 간사들이 상임위를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역시 강대 강일 것 같았던 교육문화위원회의 신성범 여당 간사와 김태년 야당 간사는 오히려 찰떡궁합을 선보였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편성 과정에서 여야 간사가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구두 합의한 후 여당 지도부가 이 구두합의안을 거부하자, 신 간사는 간사직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 간사는 “참 좋은 분인데, 사퇴가 번복돼서 계속 교문위 간사를 하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신 간사는 간사직을 다시 맡았다. 두 간사는 설훈 교문위원장의 ‘자니윤 노인 발언’ 논란 때에도 여야간 파행을 막아내는 협상력을 발휘해 남다른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오른쪽)과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이 10월 16일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일시 중지된 뒤 여야 간사간 협의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간사 협상력에 상임위 2년 농사 달려
6개월 동안 여야 양당에서 손꼽은 상임위에 대한 평가는 간사에 대한 평가와 바로 이어진다. 야당에서 가장 평가를 좋게 받고 있는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원내 당직자는 “산업위의 활동이 가장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산업위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를 하나둘씩 파헤쳐 결국 국정조사 합의까지 이끌어냈다. 산업위는 후반기 국회에서 간사를 맡았던 백재현 의원이 야당 정책위 의장이 되면서 전반기 국회의 환노위 간사였던 홍영표 의원이 대신 맡았다. 홍 간사는 “상임위 의원들이 협업 형태로 분담해 MB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인 주호영 의원은 후반기 국회에서 남다른 활약을 선보인 간사로 농해수위의 안효대 간사와 국토위 김성태 간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조해진 간사를 손꼽았다. 주 정책위 의장은 “특히 국토위 김성태 간사는 부동산 3법 문제를 놓고 열심히 당과 협의하고 야당과는 적절히 협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 의장은 강대 강으로 맞붙은 일부 상임위에 대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경우 법사위 홍일표 간사와 국방위의 김성찬 간사 등이 전반기 국회의 간사들과는 달리 합리적인 방식으로 여야간 협상에 나서 정쟁적 요소를 많이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야당의 경우 전반기 국회에서 눈에 띄게 활약했던 몇몇 간사들이 새로운 얼굴로 바뀌면서 전반기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대 강의 맞대결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후반기 국회의 상임위는 전반기 국회의 상임위보다는 훨씬 덜 정쟁적이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전반기 국회에서 원내 수석으로 활약한 정성호 의원(국토위 야당 간사)은 “전반기 국회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여야간 정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 상임위에서 정쟁이 될 만한 현안이 많았다”면서 “후반기 국회는 전반기 국회에 비해 정쟁이 될 만한 사안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