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싱글세 도입 논란의 전말

“글쎄요. 본인이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시는데… 확실한 것은 ‘싱글세’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11월 11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가 들끓었다. 싱글세 논란이다. 논란은 한 매체의 보도에서 시작됐다.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싱글세라도 매겨야 하나’라는 보도다.

논란이 되었던 기사를 보면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싱글세를 도입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이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예산도 부족하고 정책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으로는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장기적으로 (싱글세와 같은) 페널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싱글세 논란을 접한 누리꾼이 ‘만화가 현실이 되었다’고 제시한 웹툰의 한 장면. | 네이버 5:Am

논란이 확대된 것은 이 발언이 보도된 날이 11월 11일, 이른바 빼빼로데이였던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빼빼로를 줄 사람도, 받을 사람도 없는 솔로들로서는 싱글세 도입이라는 아이디어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의구심이 든다. 구체적으로 몇 살 때부터 싱글, 또는 독신으로 규정한다는 걸까. 한 커뮤니티에 소개된 매경 기사에 붙은 제목은 ‘농담이 현실이 되는 나라.jpg’였다. 댓글들을 살펴보니 포털에서 연재 중인 한 웹툰이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모양이다. 2년인가 3년인가 솔로면 ‘죄인’이어서 솔로수용소에 수용된다는 설정인 모양이다. “당장 독신인 박근혜 대통령부터 왕창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적 문제다. 개인들에게 페널티를 매긴다는 게 실제 작동 가능한 것일까. 정말 저런 아이디어가 담당부처 고위관계자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실장님께서 기자를 만나 식사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편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 같습니다.” 해당 부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리하자면 반은 아이디어, 반은 농담 차원에서 페널티 발언을 담당부서 실장이 언론사 기자와 식사자리에서 흘렸고, 그게 기사화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추가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다. 정부조직법 상엔 저출산 고령화위원회가 있다. VIP, 그러니까 대통령 주재 아래 보건복지부나 여성부 등 관련부처가 모여서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도록 되어 있다. 이 회의가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2013년 1월. 그러니까 MB정부 말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왜 회의가 열리지 않았을까. “대면회의는 열리지 않았지만, 각 부문별 회의는 열리고 있습니다. 전혀 검토를 하지 않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여성고용대책이나 경력단절 방지, 양육이나 육아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부처간 이견 조정 중입니다.” 원래는 보도 해명자료까지 고려하지 않았다. 워낙 문의가 많다보니 급하게 해명자료를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급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현재는 수정되어 있지만, 애초 자료엔 “저출산을 국가적인 위기로 여기는 정부 고‘문’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로 해석”이라는 오타가 눈에 띈다. 하루 동안 인터넷을 달궜던 ‘싱글세’ 도입 논란의 전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