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매출누락·사기도박 등 바로잡자는 것”

원희룡 지사 인터뷰 “강정마을 해군기지 일단 진상조사… 원점 재검토는 내 권한 밖”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파격 행보’가 화제다. 정부 방침과 달리 신규 카지노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밝혔다. 8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원 지사를 만나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제주도가 카지노 문제로 시끄러운데 실태가 어떤가.
“카지노에 대해 찬성, 반대보다도 그 내용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 16개 카지노 중에 8개가 제주도에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감독·조세 체계가 없다. 중국 등에서 정캣으로 불리는 전문 브로커들이 단체로 손님을 유치하고 8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나머지 20%도 카지노에서 제대로 신고를 안 하고 매출을 누락시키고 있다는 게 카지노 업계의 공공연한 이야기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감독을 하고, 그 아래에서 건전히 운영되는 카지노를 해야 한다. 음성적 매출 누락, 사기도박, 환치기 등의 문제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이상훈 선임기자

관리가 어려우니 신규 카지노는 허가할 수 없다는 건가.
“당장은 신규 신청한 곳이 없다. 이미 알려진 신화역사공원은 기존 카지노 영업권을 인수한 것이니 신규가 아니다. 만약 카지노가 제주도의 재정에 도움이 되고, 정말 많은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다면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데 마구잡이로 카지노 신규허가를 내주는 것은 관리정책상 맞지 않다.”

제주 해군기지 추진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해군기지 원점 재검토까지 할 수 있나.
“일단 그건(원점 재검토) 도지사에게 권한이 없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 법으로만 따지면 답이 잘 안 나온다. 오랫동안 얽히고 쌓여온 문제다. 우선 진상조사를 시작해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로 모아보자는 것이다. 처음엔 진상조사에서 논리싸움을 해서 시간만 끄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강정마을이 주도하는 진상조사를 하고 법적인 부분은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며 나가겠다.”

연정과 협치의 정신은 앞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동안 제주도가 여야뿐만 아니라 여러 진영과 인맥으로 나뉘어 분열이 심했다. 새로운 정치를 한다는 차원에서 서로 다른 진영이라 하더라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집권한 측에서 권한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다. 야당에게도 정기적으로 도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얼마든지 받아들이겠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도지사가 됐다. 중앙정치와 대권과는 거리를 둔 것인가.
“서울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당대표와 대통령 후보까지 도전했던 입장에서 이 나이에 고향에 가서 봉사하는 게 맞느냐는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미 맡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향 발전을 위해 일하다가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가는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지도자는 하늘의 부름이 있고 시대의 흐름이 거기 맞아떨어져야 만들어지는 거다.”

인터뷰 구독

최근 행보가 새누리당 당론이나 정부 정책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어차피 중앙정부의 정책과 완전히 동떨어지게 지방행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통과 조율을 통해 정책을 조정해 나가고 있다. 일부러 각을 세우고 관심 끌려고 제주도 카지노나 해외투자에 대해 입장을 낸 건 아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