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30 총선 민심 “우리에게 새누리당=한 표 등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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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간담회, “민주통합당엔 애매한 사람 많아”

부산·경남은 올해 총·대선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인식돼 왔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심의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초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부산 사상구)과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은 경합 예상 후보들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주간경향>은 ‘2030’ 기획 시리즈의 일환으로 부산지역 2030의 여론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음은 1월 17일 오후 이 지역에서 2030 세대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10명을 만나 나눈 대화다. 주제에 대한 관심도에 차이가 있어 적극적 발언자는 6~7명이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부산지역 20대들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미디토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부산지역 20대들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미디토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 민심이 크게 요동치면서 올해 총·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젊은층의 분위기는 어떤가.
엄창환(28·창업준비)
“젊은층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적극적인 관심은 아닌 것 같다.”

최원복(26·학생) “그래도 예전과 비교하면 관심도가 높아졌다. 전에는 얘기를 하면 잘 모른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당이 대강 어떤 식으로 하는지는 안다. 뉴스도 일일이 챙겨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떤 이슈들이 흘러가는지는 안다.”

전경훈(24·여·학생) “자기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나는꼼수다>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듣지 않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많이 듣는 것 같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나.
박미영(28·여·시민단체 간사)
“기득권 세력, 그걸 유지하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50대 이상에서는 ‘부산은 새누리당’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부산이니까 새누리당을 찍어야 한다는 정서가 있나.
전경훈
“과거에 그랬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 세대에선 ‘부산=새누리당’이라는 등식은 없다.”

박미영 “그렇다고 해서 자기 지역구 후보를 일일이 살펴서 투표를 하지도 않는다. 선거와 관련된 고민을 많이 하진 않는 것 같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사상구에,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다. 중앙정치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부산에서 출마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없나.
엄창환
“문성근이 서울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걸 보고 백만민란에 가입하고 찾아보고 그랬는데, 문자가 너무 많이 온다. 보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왔다. 거부감이 들더라.”

박미영 “시민단체에 있어서 그런지, 나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성근도 나오고 문재인도 나오고. 부산이 이번 선거의 중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구에 있는 분들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

양화니(29·여·블로거) “서울에서 내려오는 경우는 문성근씨 말고도 새누리당에서도 많다. 어느 지역이든 자기 당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표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실제 주민들은 여론에 많이 휩쓸리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능력 있다더라, 서울에서 뭘 하던 사람이라더라, 그런 데 영향을 받는 거지.”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뭔가.
양화니
“노무현이다. 얼마 전에 문재인 선거사무소에 가봤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특별히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연예인 얼굴을 보러 가는 그런 분위기다. 털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할 만큼 깨끗한 인물이라고 하지만, 정치는 쉽지 않은 길 아닌가. 잘 준비된 사람이 아니라면 권력을 쥔다고 해도 그 이전과 얼마나 다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엄창환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빼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민주통합당이 호남당이라고 생각하나.
엄창환
“젊은층에서는 그런 인식이 없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덜 싫어서 뽑는 게 아니라 정말 좋아서 뽑아야 하는데,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움직이는 정당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이는 정당 아닌가.”

양화니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민주통합당이 호남당이라는 지역정서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진 않을 테니까. 사실 젊은층은 피부로 느끼진 못한다.”

민주통합당의 개혁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광혁(29·인디음악가)
“민주당에는 애매한 사람들이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하고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새누리당 정치인들과 똑같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 반 한나라당 여론을 타고 개혁 이미지로 포장해 마치 자신들이 대안세력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을 보면 양당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젊은이들이 잘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유럽처럼 여러 정당이 서로 경합해야 한다.”

박미영 “민주통합당은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 같다. 진보와 보수가 뒤섞여 있어 통일성이 없다. 그래서 신뢰를 못 주는 것 같다. 개혁적인 공약을 내놓더라도 당내에서 제대로 합의를 못 끌어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비슷한 정당으로 치부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2월 11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텐트 3차 포위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2월 11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텐트 3차 포위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최원복
“개혁적 정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당 자체가 복지나 개혁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하지만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박근혜씨를 찍으면 정권교체가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이광혁 “기성세대에서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뭔가 바뀔 것 같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가 오히려 이 대통령보다 더 옛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사람인 것 같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까. 새누리당을 누가 지지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 아닌가. 선택의 순간에 어떤 편을 들 것인지가 빤히 보인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양화니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힘들 게 살아온 사람은 아니지 않나. 도덕성이나 도전정신은 인정하지만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사람이라 서민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능력은 부족하다고 본다.”

엄창환 “대통령으로서 정치를 얼마나 잘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청년시절을 어렵게 보냈다고 정치를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안 원장은 그동안의 행보가 사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정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박미영
“취업문제가 가장 절박하다. 부산은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사업장도 많은데, 아닌 걸 알면서도 갈데가 없으니까 그냥 간다. 그렇다고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드물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김성원(29·학생) “부산은 임금소득 수준이 낮은 편이다. 주변에 연봉 3000만원 이상 받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울산이나 창원으로 많이 빠져나간다. 임금 차이가 웬만하면 부산에 있겠다는 친구들이 많은데 너무 차이가 크다.”

박미영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부산 지하철 요금이 오른 것도 지하철 요금이 면제되는 고령층 인구가 많아져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엄창환 “업종은 같은데 임금수준이 다른 게 아니라 부산에 취업할 기업 자체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이광혁 “부산에서 록페스티벌을 해도 정작 부산밴드들은 없다. 다 서울에서 온 밴드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할 생각인가.
엄창환
“2010년 지방선거 때 일이다. 언젠가 당시 민주당 후보 유세차량이 주차금지구역에 정차해 있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는데 나중에 보니 지워져 있더라. 전화로 따지니까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지웠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나중에는 ‘당신 한나라당 알바 아니냐’고까지 하더라. 그래서 그 후보를 안 찍었다. 유권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찍을 거다.”

최원복 “정당, 인물, 정책 순이다. 인물이 아무리 좋아도 정당의 틀을 벗어날 순 없지 않나.”

양화니 “여태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한 적이 없다. 다 사표가 된 거다. 그러나 사표도 의미가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좋아하는 후보가 없더라도 투표를 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만 힘이 실리게 두면 안 된다.”

이광혁 “지역구 후보 투표는 범야권 후보에게, 정당 투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할 생각이다. 군소정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기성 정당은 당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후원세력의 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소액 당비로 운영되는 당이라면 기성 정당과는 의사결정 방식이 다르지 않을까.”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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