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갑, 이성헌 대 우상호 ‘4번째 혈투’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두 사람이 국회의 원 자리를 놓고 12년째 혈투를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성헌 의원과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이 4·11 총선에서 다시 맞붙을 공산이 크다. 충북 정치의 1번지인 청주 상당에서는 민주통합당 홍재형 의원(3선)의 아성에 정우택 전 충북지사가 도전장을 냄으로써 지역정가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부산 사상에서는 ‘문재인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갑에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새누리당 이성헌 의원과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의 라이벌 대결이 다시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에 맞대결이 성사되면 총선에서만 네 번째다. 16대 총선부터 금배지를 놓고 양보 없는 일전을 벌여온 두 사람의 전적은 이성헌 의원(2승 1패)이 앞선다. 이 의원은 16대와 18대에서, 우 본부장은 17대에서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두 사람은 이 지역에 있는 연세대의 81학번 동창이며, 이 의원과 우 본부장은 각각 1983년과 1987년에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색은 확연히 다르다. 이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친박(박근혜)계의 핵심이다. 그는 총선 후 대선국면에서 박근혜 캠프의 전국 조직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1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 출신인 우 본부장은 민주당의 대변인을 맡는 등 새누리당에 대한 저격수역할을 해왔다.
역대전적 2승1패로 이성헌 우세
서울 구도심인 이 지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아현동 뉴타운 사업이 최대의 이슈다. 뉴타운을 추진했던 이 의원은 깔끔한 마무리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이를 반대해왔던 우 본부장은 뉴타운 건설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며 ‘뉴타운 출구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지역은 연세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대학생 유권자들을 잡기 위한 전략에도 골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다른 강북지역과 마찬가지로 반MB(이명박) 정서가 강한 만큼 우 본부장은 여권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이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보다는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새벽부터 한밤까지 산책로, 지하철역, 경로당 등을 돌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우상호 본부장도 월·수·금요일 오전 중앙당에서 회의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상가를 방문하고, 구청 주최 주민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재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외에도 통합진보당 박희진 후보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 대표를 지낸 박희진 후보는 “이 지역 대학생들을 통해 일자리, 주거, 등록금 등 청년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며 “특히 반값 등록금 실현은 교육재정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상당에서는 민주통합당 홍재형 의원과 새누리당 정우택 전 충북지사가 벌써부터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언론 등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 홍재형 대 정우택 박빙
국회부의장인 홍재형 의원은 재무부 장관, 경제부총리, 3선 의원 등 풍부한 정치경험을 앞세워 4선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정우택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충북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이시종 지사에게 패배를 당한 후 이 지역에서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해왔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은 이들에게 당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승부가 청주와 충북 전체 판세의 바로 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이 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청주와 충북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다는 전략이며, 새누리당은 청주 상당지역 승리를 발판으로 상승세를 다른 지역에까지 퍼뜨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양당은 특히 연말 대선을 고려해볼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 충북이다. 두 사람은 시장 상가 등을 방문하며 한 사람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약경쟁도 치열하다. 홍재형 의원은 내덕동 등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을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정우택 전 지사는 청주북부터미널 신설과 함께 KT&G 부지를 시민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부산 사상은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국민적 관심 지역이 됐다. 문재인 고문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이 지역에서 승리하면 대권가도 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누리당도 아직까지 ‘문재인 대항마’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문재인 고문이 이 지역에서 당선된다면 대선후보 지지율이 지금보다 최소 10%포인트는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선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침 출근 인사부터 졸업식 참석, 각종 간담회 참석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고문 사무실은 해외와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지역에서 정치를 바꾸는 것은 우리 정치를 가로막았던 지역주의를 허물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하다”며 “그것이 가능해야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대표적 MB(이명박)맨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 거물급 정치인을 내세워 문재인 고문의 기를 꺾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태호 의원(경남 김해을)이 고사하고 있어, 마땅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 대사와 안준태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홍준표 전 대표를 후보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 권철현 전 대사는 새누리당의 전략 공천을 기대하며 출격 준비를 마쳤다. 권 전 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고문을 상대로 나보다 더 경쟁력 있는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서부 부산의 대표적인 공단지역으로 젊은층과 외지인의 비율이 높다. ‘묻지마 새누리당’ 정서가 엷은 것이 특징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