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눈]손학규가 승리한 이유

손학규 대표가 중산층에게 거부감 없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손 대표의 중도적 이미지 때문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큰 수혜자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손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크게 두 가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손학규 대표가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세 번이나 보여줬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순천 무공천 때이다. 순천은 만일의 경우, 그러니까 재·보선 실패시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는 명분을 위해 남겨두어야 할 지역구였다. 아니, 오히려 실패를 절반의 성공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지역구였다. 그런데 이 지역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두 번째 자신을 버리는 모습은 김해 을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이었다. 당시 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는 독선과 분열의 전략으로 자당의 후보를 챙긴 반면 손 대표는 대인의 이미지를 얻었으나, 재·보선 실패 시에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분당 을의 출마였다. 떼밀려 출마하게 된 과정을 보면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선택들은 최악의 경우 정치생명을 끝낼 수 있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통해 손 대표는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다음으로 손 대표가 얻은 것은 민주당 내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일 손 대표가 아니라 다른 후보가 분당 을에 출마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손 대표는 다 알다시피 한나라당 출신 민주당 대표다. 그래서 당 안팎에 있는 그의 경쟁자들은 그를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이런 비아냥거림은 비아냥거림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선거 결과가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의 대표적 중산층 지역인 분당 을의 유권자들이 아무리 현 정권에 대해 분노를 느껴도 만일 선명성을 주장하는 후보가 나왔다면 그 후보를 대안으로 선택했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중산층은 이념에 그다지 충실하다고 볼 수 없는,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 침해에는 상당히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산층이 이념 지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예로, 이번 선거에서 보인 강재섭 전 대표의 선거전략을 들 수 있다. 강 전 대표는 지역 선거에서 천안함을 들먹이고 “좌파 진출을 막는 낙동강 전선” 운운하며 색깔론 공세를 폈다. 중산층이 보수여서 결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공세가 약발이 없었음은 선거 결과가 말해준다. 이런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손 대표는 분명 하나의 대안으로 다가왔음은 분명하다. 즉 MB(이명박)에 대한 심판을 보다 손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손 대표라는 것이다. 이렇듯 손 대표가 중산층에게 거부감 없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손 대표의 중도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한나라당 출신 민주당 대표라는 점은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임을 알려줬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가 이른바 7대 3의 사회(보수 7, 진보 3)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즉 지금의 시대가 계몽의 시대가 아닌 이상 7을 3 쪽으로 끌어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율의 눈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7을 3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7에 포함되어 있는 중도적 3을 나머지 진보적 3과 합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 선거전략은 진보의 상대적 대안인 민주당이 진보적 3을 맡고, 손 대표는 중도적 3을 끌어안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선택을 선명성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거부한다면 정권교체의 앞날은 매우 불투명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선거의 교훈을 민주당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