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종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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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2판4판]재활치료 종결자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기상! 기상! 기상!
기상이 힘든 분이라도 일단 기상부터 하십시오. 아침이 밝았습니다.
MB재활병원 기상센터에서 오늘의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제의 날씨는 저기압으로 많이 흐려 많은 분들이 재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병역 기피, 위장전입,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로 시름에 잠겨 있던 환자분들의 가슴이 많이 따끔거렸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씨는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MB재활병원에서는 날씨에 상관없이 재활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재활전문 기계를 도입해 오늘부터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 기계로 말씀드리자면, 음주운전에다 뺑소니 환자까지 완벽하게 재활할 수 있는 기계입니다.

주위 정치인 중에 과거 불미한 사건으로 시름에 잠겨 있는 분들이 있다면 속으로 삭이지 말고 MB재활병원에서 밝은 햇빛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해주기 바랍니다. 복 많이 받을 것입니다. 사랑과 믿음과 소망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옛날에는 소망이었는데, 지금은 믿음입니다. 재활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뜹니다. 이상, 정치인 전문 재활병원인 MB재활병원 기상센터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조석준 신임 기상청장이 27년 전 음주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충분히 소명받았다고 했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가히 MB정부 도덕불감증 종합세트의 종결자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도덕불감증은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것일까?

<글·윤무영 | 그림 ·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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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아들 노다 마사아키가 쓴 <전쟁과 죄책>에는 포로의 목을 베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한 병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 관동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도미나가 쇼조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에서 포로를 베는 ‘담력’ 교육 도중 한 초년 병사가 “불교도로서 할 수 없습니다”라며 명령을 거부했다. 불교도로서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 했던 이 병사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 연구자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이 쓴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 임무를 거부하고 총기를 반납한 나치 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일 101예비경찰대대 빌헬름 프라프 대대장은 유대인 학살 임무에 투입되기 직전 병사들에게 “임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앞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10명 남짓 병사가 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소총을 반납하고 대기했다. 그 병사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각 부대에서 학살 임무를 거부한 병사와 장교들이 속출했지만, 나치 독일의 가혹했던 군형법은 이들에게 명령불복종죄를 비롯한 어떠한 형사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