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세훈시장 잘한 것 하나도 없다” 50%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 설문조사

7월 1일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식에서 지난 임기의 핵심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7명(총 79명 가운데 허광태 의장 내정자와 김명수 운영위원장 내정자를 제외)에게 오세훈 시장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듣는 이메일 설문을 실시했고, 40명의 시의원이 답변을 보냈다. 시의원들은 “오 시장의 핵심 정책에 대해 강한 견제와 감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 21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22회 정례회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8기 서울시의원 가운데 7기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시의원은 단 3명이다. 조규영 시의원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8기 개회를 앞둔 조 시의원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조 시의원은 “7기 때 야당 소속 시의원은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의원까지 포함해 5명밖에 안됐다. 시의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당에서도 우리를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비교섭 단체여서 주체적인 의정 활동도 못했고, 상임위 배정도 한나라당에서 해 줄 정도였다.

조례를 제정하고 싶어도 시의원 1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조례는 전혀 제정할 수 없었다.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은 때였다”고 설명했다. 조 시의원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8기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최우선 수정요구 정책은 ‘서울광장 운영’
8기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 가운데 7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전체 의석 3분의 1 이상이면 시의회를 소집할 수 있고, 조례 제정과 개정을 하려면 시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능하다. 중요 사안을 의결할 때도 3분의 2 의석이 필요하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다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 오 시장이 정책을 추진할 때 서울시의회의 협조와 도움 없이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행정에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대다수 서울시의 핵심 사업 가운데 ‘서울광장 운영 방식의 변화’를 가장 먼저 추진할 계획임이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다. 은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오 시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어떤 정책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것인지 알아 보기 위해 6월 28~30일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0명의 시의원이 답변했다.

7월 13~22일 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열린다. 임시회에서 의장단·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상임위별 업무보고가 잡혀 있다. 8월 24일~9월 12일 20일 동안 임시회가 열릴 계획이고, 이때 시정질문과 안건 처리가 예정돼 있다. ‘서울시의회 개회 후 가장 먼저 수정을 요구하고 싶은 서울시 정책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18명(45%)의 시의원이 “서울광장 운영 방식”이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6월 야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광장 조례 개정 캠페인을 벌여 광장사용을 허가제에서 사용신고제로 변경해 달라는 조례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6월 24일 7기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해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은 제8기 서울시의회의 첫 과제로 서울광장을 여는 방침을 확정했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서울광장 조례 개정안을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할 정책이라고 화답한 것. 이 밖에 11명(28%)의 시의원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변경을 가장 먼저 추진한다고 밝혔고, 6명의 시의원은 ‘서해비단뱃길 사업’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40대의 한 초선 시의원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가장 먼저 정책에 반영하고 싶다는 기타 의견을 남겼다.

서울시의회는 조례 제·개정의 입법권, 예산 편성권, 감사권 제도 등의 권한이 있다. 서울시 행정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은 “서울시의회는 기본적으로 국회의 복사판이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시의회가 중앙 정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면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강력한 경고를 내릴 것이다. 시의회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서울시 행정에 찬성할 것은 찬성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서울시 행정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에 32명의 시의원은 ‘예산 심의 및 편성권’을 서울시를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를 이어 입법권과 감사권을 효과적인 견제장치로 꼽았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상임위 가운데 ‘교육위원회’와 ‘도시관리위원회’를 가장 선호했다. “급식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교육위원회를 선호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오 시장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오 시장이 지난 임기 동안 추진해 온 주요 사업은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서해비단뱃길 사업 ▲서울형 어린이집 ▲장기전세주택 ▲서울광장 운영 등이다.

오 시장의 사업 가운데 시의원들이 가장 많이 비판하는 것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18명) ▲디자인 서울(8명) ▲서해비단뱃길 사업(6명) ▲서울광장 운영 방식(5명) 등 순이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반대한 의원들은 혈세 낭비, 일방적인 추진 등을 이유로 비판했다. 40대의 초선 시의원은 “친환경적으로 만들지 않고 인공적인 한강이 되고 있다”면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더욱이 4대강 사업이므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40대인 한 초선 시의원은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과 연계된 사업으로서 사회적 합의가 아닌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강을 바라보는 가치의 충돌(개발과 환경)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가장 많이 비판
디자인 서울 사업을 비판한 이유에 대해 의원들은 “시장의 개인 치적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예산을 확대 지출했지만 실적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예산을 교육과 복지 예산으로 전환해 사용했다면 어렵고 소외된 계층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 “대표적인 전시행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성 토목공사였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서해비단뱃길 사업에 대해서는 “인위적 전시행정이다”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적을 올리기 위해 시행된 사업”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슈가 되고 있는 서울광장 운영 방식에 대해 한 50대 초선 시의원은 “서울광장을 허가제로 만들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기회를 봉쇄한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명수 시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서울 등의 전시행정적 측면에서 서울시 예산을 쓰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서울시 상황이 전시 행정을 할 때가 아니다. 우선은 경제를 안정시켜 놓고 서울시의 겉모습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장기전세주택·서울형 어린이집 ‘긍정적’
오 서울시장의 4년 성적에 대해 40명의 시의원들은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시의원 23명(57%)이 ‘못했다’, 9명이 ‘아주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8명의 시의원은 ‘보통이다’는 답변을 했다. 오 시장의 핵심 사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시의원들에게 오 시장의 정책 가운데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20명(50%)의 시의원이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10명은 ‘장기전세주택(시프트)’, 9명은 ‘서울형 어린이집’을 각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형 어린이집을 좋게 평가한 40대의 한 초선 시의원은 “보육환경 개선으로 맞벌이 부부의 애로 사항 및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60대의 3선 시의원은 장기전세주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재의 뉴타운사업이나 재건축 사업은 재입주율이 20%도 채 안되는 악성 재건축이다. 이에 반해 시프트주택 사업은 서민들의 재정착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밖의 정책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8기 시의회가 많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0대 한 초선 시의원은 “정부를 위한 시의회, 일당(한나라당)을 위한 시의회, 시장을 위한 시의회는 결국 시민을 위한 시의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대의 초선 시의원도 “그동안 독식으로 움직인 여러 모습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40대의 한 초선 시의원은 “오 시장은 7월 개원 이전에 각종 조례를 날림으로 개정, 제정했다. 독단적인 시정 운영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날림으로 제정, 개정된 조례의 조정과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 과제가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낭비된 예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시의회와 서울시 간의 마찰이 있을 것” “8기 시의회가 시작되면 대화와 소통, 견제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 등의 이야기를 했다.

오 시장이 강력한 견제와 감시를 선언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신원철 서울시의원
“국정 간접경험 그 자체가 무기”

8기 서울시의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주목받는 시의원들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국회에서 국정감사 등의 정책, 정무, 지역구 관리, 홍보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번에 시의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보좌관 출신들로는 김선갑, 박진형, 신원철, 김형식, 김정태, 강희용, 장환진 시의원 등 10여 명 정도다. 신원철 시의원을 만나서 보좌관 출신 시의원의 장점이 무엇인지 들었다.

국회의원 보좌관 경력은 몇 년이나 되나.
“1987년 6월 항쟁 때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총선이 끝난 뒤 새천년민주당 서대문구 사무국장으로 일을 시작했고, 우상호 의원실에서 일을 했다. 보좌관 경력은 10년 정도 된다. 우 대변인의 제안으로 2002년 지방선거,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는데 다 떨어졌고 세 번째 도전만에 시의원이 됐다.”

보좌관 출신 시의원들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것 같다.
“얼마 전에 보좌관 출신 시의원들끼리 자리를 가졌다. 우리는 국정을 간접 경험했는데 그 자체가 무기다. 공무원을 상대하는 것이나 자료를 요청하는 방법 등을 알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좌관 출신뿐만 아니라 구의원 출신인 박윤기, 김윤미, 서윤기 시의원 등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구정을 경험한 것도 시의원으로 활동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사업 가운데 8기 시의회를 통해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이 있나.
“오 시장은 이제부터 맘 편히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청계천,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이 대부분 전시성 행정이었다. 이런 대규모 사업을 찬찬히 뜯어 보려고 한다.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소속 초선 시의원들이 임하는 책임감이 대단하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느라 시의원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 지역구인 서대문구의 재정자립도는 약 40%다. 서울시 교부금을 받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다. 구 발전을 위해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의원이 개별적으로 오 시장과 거래하면 현안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진다. 될 수 있으면 오 시장과 개별적으로 만나면 안 될 것이다. 시의원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이 지도부의 몫이다.”

오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제부터 보여 주기 행정, 치적 쌓기 행정보다 사람을 놓고 고민하는 시장이 됐으면 한다. 지금은 개발 시대가 아니다.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시정을 펼쳐야 할 때다. 오 시장은 복지나 교육 등의 환경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할 것이다.”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