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조선족이 뭐 어때서

SBS플러스 <나는 솔로>에는 짝을 찾는 평범한 시민들이 출연한다. 직업과 사는 곳, 사고방식을 노출하기 때문에 누리꾼들의 적이 되기 일쑤다. 최근 <나는 솔로> 8기 출연자 중 ‘정숙’(닉네임)이란 여성이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조선족 아니냐”는 힐난을 들었다. 이들이 그를 조선족이라 본 이유는 열네 살에 중국 연변 유학을 떠나 가야금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가야금을 배우러 연변까지 갔겠냐”며 “원래 조선족 출신 아니냐”고 따졌다.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작진이 해명에 나섰다. 해당 출연자가 서울 송파 출신으로, 25현 개량가야금을 배우고 싶다는 꿈으로 유학길에 올랐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한데 조선족 여부가 해명거리가 되기는 하는 건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2020년 기준 170만명인 조선족 대부분은 20세기 초부터 수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강제 조치에 의해 한반도에서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일부는 1949년 다시 돌아왔지만, 상당수는 그 땅에 정착해 삶을 개척해왔다. 중국 정부는 1949년부터 1990년까지 민족식별작업을 통해 한반도 출신의 민중을 ‘조선족’이라고 분류해왔다. 개혁개방이 이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물결은 조선족이 밀집한 둥베이지방 중공업의 낙후와 대량 실직을 낳았다. 조선족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조부모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하다. 언어나 문화를 지키고 있었기에 ‘코리안드림’이 멀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조선족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찾긴 어려웠다. 그런데 격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조선족이나 평범한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극히 비이성적으로 변했다. 함경도 사투리가 조금만 섞여 있어도 출신을 묻고 차별한다.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국내에선 조선족을 강력범죄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인구 10만명당 범죄율을 볼 때 조선족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다. 강한 편견은 진실을 압도한다.

이렇게 구구절절 사실을 적어도 “친중이냐”는 악플이 달린다. 미안하지만 지난해 저서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를 통해 중국 청년들의 저항과 사회운동을 소개한 바 있어 그런 비난을 받을 처지가 못 된다. 혐중주의자들에게 그들(중국 청년들)처럼 저항할 용기와 진정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반면 어떤 이들은 내가 중국의 지배엘리트나 플랫폼 기업을 정당하게 비판할 때 “반중이냐”고 욕한다. 이들은 국가권력이 얼마나 무참히 인민의 목소리를 짓밟는지 애써 보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국뽕’에 취한 애국자나 위악적인 지정학자가 된 오늘, 어디에도 민중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연일 국제정세를 논하며 친중이냐 반중이냐 따지는 인터넷 세계의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인종주의적인 편견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부르짖는 대륙의 민족주의자나 나치의 반유대주의, 푸틴의 대슬라브주의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