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환경에는 유독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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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재인 정부, 환경에는 유독 취약하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토건개발 주도 경제성장이라는 파도에 맞서서, 미약하나마 환경보호를 위해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처음부터 있었다. 파괴적인 개발사업을 정당화하는 면죄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었던 ‘국민의 정부’나 뒤를 이었던 ‘참여정부’에서도 이런 약점은 크게 고쳐지지 않았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생각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약점이 적극 이용되었다. 4대강 사업에서 보듯이 환경영향평가는 졸속, 날림, 형식적 절차였을 뿐이었다. 박근혜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활강경기장 건설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분산 개최하자는 의견도 많았으나 결국 단 며칠 열리는 경기를 위해 500년도 넘은 원시림 5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었다. 물론 복원하겠다고는 했다. 그러나 1972년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이후 40년이 넘도록 자생수종인 가문비나무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복원되지 못했고, 결국 붉은 가문비나무로 대체해서 복원하고 있다. 복원에만 3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에서는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작성과정에서 거짓 작성, 부실 조사, 고의 누락 등이 있었으며, 환경부가 이를 알면서도 동조했다며 시민단체가 고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름 과거 정권들의 적폐를 청산하고 있으나 환경 부분은 취약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은 정책 수립 과정의 민주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역시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가 강원도 삼척의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환경영향평가를 끼워 맞추기 식으로 동의해준 것은 패착에 가깝다. 그동안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해안 침식과 대기 건강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완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3차 재보완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부가 고시한 공사계획 인가 시한까지 착공하지 못 하면 전기사업법상 허가 취소 사유가 발생하게 되는데, 산업부는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해주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동의해준 것은 국민 대신 대기업의 편에 서는 결정을 한 것이다. 심지어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2월 삼척시민 1191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54.1%가 석탄발전소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말이다. 왜 시민단체 출신 장관·차관이 환경부에 가서도 환경영향평가의 고질적인 한계는 해소되지 않는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맞닥뜨린 중요한 문제들은 우리가 문제를 만들어냈을 때와 같은 수준에선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폐를 청산하면서 적폐를 만드는 것을 주도하거나 공모했던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좌파·우파라는 근대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고, 발전주의에서 생태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환경을 더 이상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수준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적폐 청산은 미완의 혁명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새해가 패러다임 전환의 첫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상헌 한신대 교수·녹색전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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