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세계시장에 우뚝 선‘크린랲’

국내 최초 무독성 랩 시장 개척한 (주)크린랲 전병수 회장 ‘고향사랑도 으뜸’

기업인으로서 사회화원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전병수 회장은 출향인으로서 앞으로도 고향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랩(wrap)’. 우리나라에서 고정적으로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용해봤을 정도로 대중화된 식품포장재가 (주)크린 (대표이사 회장 전병수·77)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인체에 무해하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주원료로 사용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호주, 중국에서 무독성제조공법 특허를 획득한 바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시장을 확보해 나가면서 제품의 품질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해방 전 열 살이 되던 무렵 일본으로 건너가 지내면서 2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전병수 회장은 5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서 폐유를 모아 환경에 무해한 기름으로 재생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한국으로 돌아와 (주)크린랲 의 본사(경남 김해)를 둘러본다는 그는 2세 경영에 돌입한 지금도 여전히 기업운영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수출로 품질력과 안전성 인정받아

“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한 지 23년이 흘렀다. 그 가운데 초기 7~8년은 적자가 이어지는 힘든 시기였지만, 그 기간 동안 적자를 줄이기 위해 품질이나 기술적인 부분의 투자를 줄인 적이 없었다. 정착 단계에 이른 지금도 회사가 조금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력을 갖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랜 타국생활로 우리말이 다소 서툴기는 하지만 간간이 섞여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가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전 회장은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일본 나고야로 건너간 후 70년대 초반부터 폐유정제사업을 했다. 일본에서 시작한 폐유정제사업은 당시 현지에서 최초로 시작된 업종이라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전 회장은 당시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PVC 랩’이 한국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PVC 랩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한 그는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무독성 식품포장재를 고국에서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을 지니고 한국땅으로 돌아왔다. 그가 일본 기술자와 함께 인체에 무해한 원료로 ‘PE 랩’을 개발, 회사를 설립해 판매에 나선 1981년이 (주)크린랲의 시작이다.

전 회장은 조국 땅에서 기업경영을 통해 국가경제성장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주)크린랲을 설립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힘든 시련도 있었지만 금융권에 빚을 진다거나 직원들의 급료일을 못 맞추는 일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전 회장이 기업운영에서 어떤 점을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직원들 역시 일손이 부족하면 며칠 밤을 회사에서 지새며 경영자의 따뜻한 ‘배려’에 보답해왔다고 한다. 이 회사가 현재 국내 시장의 70~80% 가량 압도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전병수 회장과 전 직원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결속력이 맺어진 열매라 할 수 있겠다.

‘랩문화’를 우리나라에 정착시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그는 사업 초기 막강한 조직력과 지명도를 앞세운 굴지의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기업신용도와 제품의 우수성을 앞세워 마침내 지금의 명성과 고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주)크린랲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식품포장재를 대중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사회환원은 당연”

이른 나이에 고향땅을 떠나 오랜 시간을 낯선 타국에서 보낸 탓일까. 전 회장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향심이 가슴 가득 담겨 있다. 그는 최근 고향인 경남 거창에서 ‘거창군장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100억 원 모금계획’을 전해 듣고 1억 원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았다. 그는 “거창의 장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군의 장학기금 조성사업에 작은 성의지만 보탬이 되고자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비록 고향에서 지낸 시간은 짧지만, 출향인으로서 기꺼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리면 영승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2001년에도 월성청소년수련원 건립시 진입로 교량 건설에 2억5000만 원, 2003년 마을회관 건립과 진입로 확·포장에 6억 원을 기부하는 등 끊임없는 애향심을 실천하기도 했다. 남다른 고향사랑으로 고향의 인재양성과 발전을 위해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거창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기업인으로서 사회환원은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한다. 특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거창군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출향인으로서 고향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발벗고 나설 생각이다.”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주)크린랲은 앞으로 전기영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용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가정용 랩 업계의 선도기업으로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크린랲 ’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포부다. 전 회장은 “급격히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과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매진해 미국과 일본, 호주,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에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이라며 “항상 고객의 입장과 환경을 고려한 기업경영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본부/이재남 기자 jaem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