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9구단과 10구단은 ‘하늘과 땅’

9구단의 1군 진입은 구단 수 확대가 최종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이 보류됐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2012년 5월 8일은 매년 그렇듯 어버이날.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22년 체제’를 마감하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진 날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NC 다이노스의 2013시즌 1군 진입을 의결했다. NC의 창단 때부터 줄곧 반대입장을 고수해온 프로야구 롯데는 이날도 마지막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프로야구 이사회는 롯데 1표의 반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찬성으로 1군 진입을 결정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1군 참가 이후 22시즌 동안 이어져온 ‘8개 구단 리그’를 마감하게 됐다. 2013시즌부터는 ‘당분간’ 9개 구단 체제로 치러지게 된다.

5월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 주재로 4차 이사회가 열렸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NC 다이노스의 2013 시즌 1군 리그 참가 및 10구단 창단 여부가 논의됐다. | 연합뉴스

NC 다이노스의 2013 시즌 1군 진입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홀수 구단 체제’의 부담감이다. 9개 구단으로 리그가 운영되면 반드시 ‘쉬는 한 팀’이 생겨야 한다. 야구라는 종목의 가장 큰 특징이 ‘매일 치러지는 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작다고 할 수 없는 문제다. 리그 경기 수는 532경기에서 576경기로 늘어나지만 팀 당 경기 수는 현재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든다. ‘쉬는’ 일정 때문에 발생한다.

팀당 경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구단별 매출도 줄어든다. 2011시즌 기준으로 프로야구 1경기 평균 입장 매출은 1억374만8490원이다. 구단별로 약 5억2000만원의 매출 감소가 일어난다. 물론 구단별로 감소 폭은 다르다. ‘빅 마켓’ 팀이라고 할 수 있는 LG, 두산, 롯데의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경기 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9구단 체제의 리그 일정은 팀별로 12일의 최소 휴식일을 바탕으로 짜여진다. 9개 구단이 모두 완벽하게 만족하는 일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모든 팀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여름에 더욱 휴식일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것을 모두에게 줄 수는 없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불편함은 명확하다.

홀수 구단 체제에서는 한 팀은 쉬어야
하지만 구단의 증가는 이 같은 불편함을 상쇄할 만한 효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자 예상이다. 프로야구의 입장 매출은 1경기당 객단가(관객 1인당 매출)가 1만원에 가까워지면서 한계점에 도달했다. 잠실 경기의 경우 주말 테이블석의 가격은 4만원이다. 가장 좋은 중앙 지정석의 1경기 입장료는 12만원(식사 포함)이다. 자리가 지정돼 있지 않은 외야석의 가격은 7000~8000원 정도지만, 제 아무리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프로야구 입장료는 2006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경기 호성적에 따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장료도 함께 올랐다. 2006년 이후 2011년까지 6년 동안 프로야구 입장료는 133%나 인상됐다. 가파른 인상폭 때문에 더 이상의 입장 매출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야구 객석 점유율도 한계에 도달했다. 지난 시즌 한국 프로야구 객석 점유율은 65.7%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객석 점유율은 69.9%, 일본 프로야구가 65.9%였던 것과 비교하면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입장료를 높이기 어려운 가운데 관중 수를 늘리는 것도 5% 안팎이다. 프로야구의 객석 점유율은 70% 정도가 한계로 평가받는다.

최근 5~6년 동안의 가파른 성장세와 비교했을 때 앞으로의 프로야구 성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의대 전용배 교수는 “프로야구의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전 교수에 따르면 현재 프로야구 매출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장 확대를 위한 구단 수 증가가 절실하다. 구단의 수가 늘어야 새로운 지역의 야구팬을 창출해낼 수 있고,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마케팅 효과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로야구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야구장이 리모델링을 거쳐 산뜻한 모습을 선보였다. 좌석 수를 대폭 줄인 대신 좌석 간격을 넓혔고 테이블석 등 다양한 관람시설을 갖췄다. 마산야구장은 3만석 규모의 새 구장이 완공되는 2015년까지 NC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된다. | 연합뉴스

9구단의 1군 진입은 구단 수 확대가 최종 결정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이 보류됐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9구단 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지속된다면 시장 확대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이 보류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신생 구단 창단에 따른 선수 수급의 문제이고, 둘째는 신규 구단의 지속적 운영 가능성 여부다. 선수 수급은 기존 구단들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구단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다. 보호선수 외 선수를 내주는 것은 물론 신인 지명 특혜를 줘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 선수의 ‘분산’은 리그의 수준을 잠정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신규 구단이 생길 때마다 리그의 평균 방어율이 높아졌다.

10구단 늦어지면 시장확대 효과 줄어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이 많다. 송재우 IPSN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바로 리그 수준이 회복된 것은 물론 전체 파이가 커지는 긍정적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신규 구단 운영 지속성 문제는 조금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10구단의 창단은 기존 몇몇 구단들이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프로야구 신규 구단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수원과 전북은 새로운 구단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수원은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보류 결정이 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은 신규 구단을 위해 수원 구장의 리모델링을 약속했다. 2만5000석 규모의 구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창단 기업을 위해 수원 구장 명칭 사용권도 부여하기로 했다. 야구장 임대 기간도 25년으로 늘린다. 구장 내 편의시설과 광고권도 모두 창단 기업에 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 정도 조건이면 무조건 창단해야 한다. 몇 년 안에 흑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실 구장은 2개 구단이 쓴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1년 광고 대행비만 72억원이다.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광고대행사가 벌어들인다고 보는 게 맞다. 25년 장기 임대라면 구장 사용료 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구장 명칭 사용권 판매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기존 구단에 비해 비용부담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운영 지속성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수원과 전북의 파격적인 구단 지원은 기존 구단이 현재 소속 지자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맞도록 할 수도 있다.

구단 유치 희망 지자체 파격조건 내걸어
다만, 대기업 위주의 기존 구단들이 ‘체급이 맞는’ 기업을 요구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게 문제다. 지명도 낮은 기업과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면 10구단 문제는 계속해서 꼬일 수밖에 없다.

10구단 창단 승인 결정이 늦어지면 홀수 구단 체제의 ‘부작용’을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한다. 다음번 이사회는 6월 둘째주에 열린다. 그때 결정된다 하더라도 내년 시즌 2군 진입은 사실상 어렵다. 홀수 구단 체제가 2년 혹은 3년 동안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야구계 전반의 분위기다.

<이용균 경향신문 체육부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