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로나 백신 개발과 인공위성 보유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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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동남아 국가 최초로 자국이 제작한 인공위성 보유국이 될 예정이다. 2017년 베트남 연구인력들은 독자적으로 인공위성을 설계 후 제작에 들어갔고, 외부 도움 없이 베트남에서 통합 기능 테스트까지 끝마쳤다. 지난 4월 9일 일본 규슈공과대학 나노 위성테스트센터 최종 테스트까지 통과하며, 오는 9월 일본의 엡실론(Epsilon) 로켓에 실려 우주 공간으로 날아오를 예정이다. 성공하면 최초의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 인공위성이 탄생하게 된다.

세계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베트남 학생들이 수상하는 모습 / Zing.vn

세계 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베트남 학생들이 수상하는 모습 / Zing.vn

오는 9월 인공위성 탄생 기대

베트남의 우주과학 꿈은 2006년 6월 ‘베트남 우주 기술 연구 및 응용 전략 2020’ 계획에 따라 자그마한 연구실에서 인공위성 기술 연구를 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9월 베트남국립위성센터(VNSC)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 1㎏짜리 초소형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려 신호 수신에 성공했고, 2019년 1월 일본 대학에 파견된 연구원들이 50㎏짜리 소형 위성을 제작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일본은 베트남 인공위성 개발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VNSC의 36명 연구원이 도쿄대, 게이오대, 홋카이도대, 도호쿠대, 규슈기술원 등 5곳에 분산 파견돼 각각 전문 영역에 대한 기술을 이전받았다. 인공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로켓 역시 일본 로켓이었다.

2017년에는 일본의 스미토모그룹의 닛폰전자주식회사(NEC)와 계약을 맺고 2023년 기상관측위성을 쏘아 올리기로 했다. 위성 설계와 제작은 일본의 NEC가 도맡아 하지만, 기술 이전과 베트남 연구원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공위성 제작비 200억엔(약 2070억원)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차관 형식으로 지원한다. 전 세계에서 자국 기술로 인공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1인당 GDP 3000달러가 채 안 되는 개발도상국 베트남이 과학기술의 총합체인 인공위성을 보유하는 것이다.

나노젠이 임상 실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 Nanogen

나노젠이 임상 실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 Nanogen

베트남이 인공위성 개발 기술 못지않게 수준이 높은 과학기술 분야가 있다면 바로 백신 분야이다. 베트남은 계절성 독감 예방 백신 ‘IVACFLU-S’를 2010년부터 연구 개발해 2019년 최종 허가를 받고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은 결핵, 홍역, 풍진, 로타바이러스,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백신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백신을 성공적으로 생산하는 4번째 국가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베트남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5번째 국가로서 백신 품질 수준이 WHO 기준을 충족했다며, 2015년에는 공식적으로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백신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보장한다고 인정했다.

한걸음 더 나가 베트남은 이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과 민간 기업이 각자 백신 개발에 나섰는데, 민간 기업인 나노젠(Nanogen)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0년 2월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연말에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임상 2상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다. 베트남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부 득 땀(Vu Duc Dam) 부총리가 과학기술부 차관과 함께 나노젠의 코로나19 백신 나노코백스(Nanocovax) 임상 2상 실험에 직접 참여해 ‘메이드 인 베트남’ 백신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상태다.

나노젠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5월 중 임상 2상에 대한 결과가 나오고 연말까지 임상 3상 실험을 끝낼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말 허가가 이루어지면 내년부터는 베트남 백신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백트나 백신연구소는 밝혔다.

코로나 백신, 연말까지 임상 3상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 과학기술 뒤에는 일본의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베트남 인공위성 개발에 일본이 차관 형식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연구원 교육과 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4번째로 생산하는 홍역, 풍진 백신도 일본국제협력기구가 자금을 지원해줘 가능했다.

연도별 인공위성 개발 현황. 베트남 국립위성센터 / VNSC 홈페이지

연도별 인공위성 개발 현황. 베트남 국립위성센터 / VNSC 홈페이지

일본은 베트남 주요 대학들 산하에 공동으로 합작 대학을 만들고 있다. 하노이국립대는 베트남-일본대학(Vietnam-Japan University)을, 다낭 공과대학, 호찌민 기술대학에는 베트남-일본 공학기술대(Vietnam-Japan Institute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를 공동으로 설립해 우수 엔지니어 양성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일본 공동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일본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을 뿐 아니라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우선 취업할 수 있다. 일본 현지 취업도 가능하다.

한국도 베트남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2018년 한국 정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모델로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과 베트남이 각각 3500만달러(391억원)를 부담해 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인 V-KIST를 설립하기로 했다. 베트남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사업이긴 하지만 시스템 세팅과 연구원 건물을 지어주는 것이 주요 사항이라 한국의 연구진이 대대적으로 파견 나와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많이 앞서 있지만, 한국은 기초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응용과학 분야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를 활용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또 세계 1위 조선 기술, 세계 최고의 항공 정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몇년 전 대대적인 구조 조정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대거 퇴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우수한 인력들이 베트남에 전수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이 그랬듯 베트남 사람들은 배움에 목말라한다. 특히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과학기술 공유와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이다. 한국 정부와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유영국은 아모레퍼시픽과 NICE 그룹에서 근무하면서 베트남에서 10년째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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