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캠프 401일간의 에피소드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오마타 나오히코 지음·이수진 옮김 원더박스·1만6000원
아프리카 가나의 부두부람 난민 캠프. 데스크톱 13대를 갖춘 24시간 인터넷 카페가 성황이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세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지만, 공부를 보충하는 학원도 있다. 잡화점·이발소·사진관·치과 진료소 모두 난민이 운영한다. 이들은 술집에 모여 영국 프로축구 경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결정적인 한 가지, 국가가 보증하는 신분이 없다. ‘난민 캠프’라 하면 드넓은 벌판에 늘어선 임시 천막, 배급소에 길게 줄 서 있는 난민들을 떠올리기 쉽다. 이는 ‘긴급 구호’ 상황의 모습일 뿐. 난민들이 몰려드는 시기가 지나면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줄어든다. 돌아갈 모국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난민 상태의 삶은 오래 지속된다. 난민도 스스로 할 일과 일상을 찾아 나선다. 난민의 경제활동을 연구하는 인류학자 오마타 나오히코(영국 옥스퍼드대 난민연구센터 부교수)가 부두부람 난민 캠프에서 401일간 머물며 경험한 에피소드를 엮었다. 자신이 만난 난민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소개하기 위해서다. 다소 긴 제목은 난민이라는 정체성이 그 사람을 구상하는 여러 특징 중 하나일 뿐임을 의미한다.
▲얼굴을 그리다 | 정중원 지음·민음사·1만9000원
내 눈으로 단 한 번도 ‘직접’ 볼 수 없는 것, 나의 얼굴이다.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초상화가가 단순한 미술사적 통찰을 뛰어넘어 ‘얼굴’을 깊이 들여다본다. 역사적 초상에 뒤얽힌 일화를 들려주며 얼굴을 향한 인류의 욕망과 초상 이미지의 복잡한 관계를 풀어낸다. 컴퓨터 그래픽과 휴머노이드 로봇, 딥페이크 기술과 연관된 최첨단 초상의 현
주소도 두루 살핀다. 저자는 “우리가 얼굴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과정이야말로 자아와 타자를 이해하는 가장 결정적인 첫발이 된다”고 말한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 | 이수희 지음·민음사·1만4000원
동생이 처음 목을 가누던 날, 문방구 스티커를 넉넉히 사주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 외동으로 10년, 언니로 19년을 산 작가가 열 살 터울의 동생과 싸우고 사랑하며 성장한 시간을 4컷 만화와 에세이로 모았다. 씩씩한 성장기는 잊고 지낸 감정을 톡 건드린다.
▲유원 | 백온유 지음·창비·1만3000원
10여 년 전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유원의 복잡한 감정선을 그려낸 성장소설. 자신을 살리고 떠난 언니, 자신 때문에 몸도 삶도 망가진 아저씨, 외로운 나날 훌쩍 다가온 친구. 관계 속에서 겪는 상처와 윤리적 딜레마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머리카락의 기쁨과 슬픔 | 부운주 지음·동녘·1만3000원
중학교 시절 발병한 원형탈모증에서 전신탈모증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자가 겪은 10여 년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었다. 탈모를 웃음거리로 삼는 사람들에게 탈모증은 분명 질병이며, 이 질병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