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스페이스 오페라’

제목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원제 Star Wars:The Rise of Skywalker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감독 J.J 에이브럼스

출연 데이지 리들리, 아담 드라이버, 존 보예가, 오스카 아이삭, 빌리 디 윌리엄스

상영시간 141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내개봉 2020년 1월 8일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로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나는 경우가 있을까. 1978년 한국에서 개봉한 <스타워즈>(미국 개봉은 1977년)를 관람한 기억은 유년 시절 몇 안 되는 추억 중의 하나다. 그걸 봤던 지방의 한 단관 극장(꽤 큰 곳이었다)도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았고, 터무니없는 비싼 값을 요구해 이후 시리즈는 오랫동안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한동안 시일이 흘러 시리즈는 ‘리부트’됐다. 그런데 새로 개봉될 영화가 1편이고, 이전에 우리가 봤던 스타워즈는 시리즈의 4편이라는 것이다. 즉 4편 전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다스베이더가 왜 루크에게 “내가 니 애비다”를 시연하게 되었는지 그 전 이야기를 3부작(1·2·3편)으로 다룬 것이다.

이번에 개봉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4·5·6편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을 다룬 7편과 8편에 이은 완결판이다. 마지막 세 편(7·8·9편)의 주인공은 레이다. ‘자쿠’라는 쓰레기별에서 고물 수집(스캐빈저)을 하며 살아가던 젊은 여성. 그녀가 자신에게 내재한 힘과 운명을 깨닫고 제국의 부활을 꿈꾸던 악의 세력 파이널 오더를 물리친다는 설정이 세 편에 걸쳐 펼쳐진다. 빌런의 중심엔 카일로 렌이 있다. 그는 한 솔로와 레아 공주의 아들 벤 솔로였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 악당 세력의 두목 격인 청년이 되었을까(영화상 설정은 29세의 청년이다).

마침내 드러내는 최종 빌런

지난 3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등장인물들의 회상 속에서 한 꺼풀씩 드러난다. 역시 세 편에 걸쳐 있다. 애초에 시리즈의 기획자 조지 루카스가 밝히듯, 이 ‘스페이스 오페라물’에 영향을 준 감독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다. 그의 작품 <라쇼몽>(1950)이 설파하듯, 진실은 보는 입장에 따라 각색되게 마련이다.

벤의 시각으로는 어느 날 밤 자신을 급습해 죽이려던 마스터 루크 스카이워커에 맞서 살아남았다. 루크가 자신의 조카(루크는 레아 공주와 함께 다스베이더, 즉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자녀로, 쌍둥이 남매다)를 한밤중에 공격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루크는 조카 안에서 성장하는 악의 씨앗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충동적으로 그의 침실에 방문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사건 이후 루크는 머나먼 은하계 구석별의 섬에 스스로 유배된다. 제다이 마스터(스승)로서 자격 없음에 자학하면서….

도망친 벤은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며 파이널 오더를 이끄는 스노크의 직속부대로 활약한다. 다시 말해 이야기는 반복된다. 제다이를 배신한 뒤 악의 세력 ‘시스’로 투항해 지도자가 되는 다스베이더처럼 그 역시 다스베이더의 마스크를 떠올리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런데 다스베이더보다 그는 더 자주 흔들린다. 심지어 시리즈의 주인공 레이는 그에게 ‘어둠의 세력’ 편에 서지 않는 자신의 미래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번 최종 편에서 밝혀지는 최종 빌런은 따로 있었다. ‘알고 보니’ 스노크조차 엑제골이라는 곳에 숨어 은신하고 있던 펠퍼틴이 만들어낸 꼭두각시였다. 전편에서 레이와 함께 스노크를 제거하고 파이널 오더의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카일로 렌이 먼저 엑제골에 당도한다. 펠퍼틴 정벌 전투에 나서는 레이도 엑제골을 향하지만, 카일로 렌은 그녀의 행로를 방해한다.

시리즈 관통하는 주제는 ‘출생의 비밀’

모든 걸 다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결국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출생의 비밀’이다.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레이는 항상 “그냥 레이”라고 답해왔다. 스케빈저, 그러니까 청소부 또는 고물상은 그녀에게 경멸조로 붙여진 별명이다. 자신의 부모가 당한 비참한 죽음의 진실을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렌은 “자신은 레이의 기억을 읽어 부모의 최후를 봤다”고 텔레파시로 말한다. 시리즈의 패턴상, 다시 말해 레이가 주인공인 이상, 그녀 역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따로 있음이 밝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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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하게 말하자면, 스타워즈 전 시리즈가 암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이야기는 ‘왕후장상의 씨앗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테마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시리즈의 기원이 된 4편에서 루크에게 던져진 선택지는 이것이다. ‘농부의 자식으로 남을래, 아니면 너의 본성을 깨달아 제다이가 될래?’ 레이에게 이름을 묻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의 의미는 비록 ‘씨’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최후의 제다이 가문을 잇는 무사의 정체성을 수용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녀가 영화의 엔딩에서 내놓는 답은 ‘내 이름은 레이 스카이워커’라는 것이다. 일본식으로 ‘이에(家)’의 논리를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일지라도.

시리즈 끝을 못 보고 세상 떠난 레아 공주

원년의 스타워즈 레아 공주를 맡았던 캐리 피셔(사진)는 시리즈가 완결되기 전인 2016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영국 런던에서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심정지를 일으켰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캐리 피셔는 이제 포스와 하나가 됐다”와 같은 트윗 글로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1956년생이니 사망 당시 향년 60세다.

경향자료 사진

이번 편이 개봉하면서 주목되는 것은 그녀가 맡은 레아 장군 역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미 제작이 완료되어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는 문제가 없겠지만, 당시 각본단계였던 이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녀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소문이 있었다. 그렇다고 저항군의 후퇴 시점까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그녀가 갑자기 홀연히 사라진다는 것은 이야기 전개상 문제가 있다.

4·5·6편을 먼저 만든 이유와 관련해 조지 루카스는 “기술이 더 진화하면 전편을 만들 계획이었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그건 나이가 들어 쭈글쭈글한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한 솔로 역의 해리슨 포드나 레아 공주 캐리 피셔의 젊은 시절 얼굴은 CG 기술 등을 통해 재현하겠다는 야심까지 포함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이번 편에 출연한다. 언급한 CG 기술을 적용한 장면도 일부 있는데, 대부분은 <라스트 제다이>와 <깨어난 포스>(2015) 때 남겨뒀던 푸티지를 활용했다고 한다. 물론 배경이나 연기설정은 2019년과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이 부분은 아마 CG 기술을 통해 보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작의 3인 중 그 후 자신의 영화캐릭터를 개척한 이는 한 솔로 역의 해리슨 포드밖에 없었다. 루크와 레아 공주 캐릭터의 ‘아우라’가 너무 크다보니, 거기에 묶여 버린 탓이다(루크 이후 딱히 다른 배역을 하기 힘들었던 마크 해밀은 배트맨 시리즈의 악당 조커의 성우로도 유명하다). 루크 스카이워커를 맡았던 마크 해밀은 그 배역을 좋아한 데 비해 캐리 피셔는 자신의 연기발전을 가로막은 레아 공주라는 캐릭터를 평생 증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