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좀비랜드: 더블 탭

더 강력하고 화려해진 좀비 액션 코미디

<좀비랜드: 더블 탭>은 규모, 캐릭터, 내용의 모든 면에서 전편을 압도하며 소위 속편의 법칙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전편과 비교해 더 잔인하고 더 웃기고 더 강력하다.

제목 좀비랜드: 더블 탭(Zombieland: Double Tap)

제작연도 2019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99분

장르 액션, 코미디, 공포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아비게일 브레스린, 엠마 스톤

개봉 2019년 11월 1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소니 픽쳐스

전작 <좀비랜드>가 발표된 것은 2009년이다. 국내에는 정식 개봉도 없이 바로 DVD로 발매됐다. 만 10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10년이란 시간은 단순한 물리적인 시간의 간극을 넘어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단초가 된다.

애초 <좀비랜드>는 기획부터 대단한 의미를 둔 작품은 아니었다. 전도유망한 젊은 배우들을 모아 당시 한참 유행했던 좀비 장르에 액션과 코미디를 가미해 신나는 오락영화를 만든 것이 전부였다. 제작자들의 포석은 적중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당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좀비영화들이란 저예산에 열약한 완성도가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던 때인지라 많은 좀비영화 팬들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 자체가 지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좀비랜드>가 그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던 이유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사이 다른 많은 것들도 변했다. 세계적으로 폭발적이던 좀비물의 인기는 잦아들었다. 하지만 <워킹 데드>(2010) 같은 TV시리즈는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으며, 과거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좀비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부산행>(2016), <창궐>(2018) 같은 대형 영화들과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시리즈물 <킹덤>이 주목받으면서 황당하고 잔인하다는 이유로 좀비물을 외면했던 국내 관객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속편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멸망한 세상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나름의 생존방식을 습득해가며 살아남은 네 명의 생존자 탤러해시(우디 해럴슨 분),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 분) 그리고 위치타(엠마 스톤 분)와 리틀록(아비게일 브레스린 분) 자매.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백악관에 자리 잡은 그들은 비교적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위치타·리틀록 자매가 무기를 실은 자동차를 타고 도주하면서 네 사람은 다시 한 번 끔찍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규모·캐릭터·내용 등 모든 면에서 전편을 압도하며 소위 속편의 법칙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전편과 비교해 더 잔인하고 더 웃기고 더 강력하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확실히 더 나은 속편이다.

처음 만났을 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정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며 이름 대신 각자의 목적지로 서로를 호칭하던 이들은 어느덧 특별한 유대를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이는 ‘대안가족’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독특한 개성과 남다른 성격으로 다수의 생존자가 가세함으로써 전편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별히 과거 ‘금발백치(Dumb Blonde)’의 이미지를 더욱 과장되게 희화해 완성된 ‘매디슨’ 캐릭터는 ‘조이 도이치’의 뻔뻔한 연기로 극의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수년간 공개된 작품들 속에 등장했던 인물 중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란 생각이다.

성공한 그들의 재결합 이벤트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꾸준히 발견되고 있는 근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와 경의는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다양한 제품 브랜드와 히피 문화,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미국의 역사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와 이름들이 끊임없이 나열된다.

<좀비랜드> 1편으로 장편 데뷔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루벤 플레셔 감독은 <베놈>을 통해 대작 감독의 반열에 확실히 올라섰다. 자신의 성공적 데뷔작이었던 <좀비랜드>의 속편을 만든다는 것은 그에게 단순히 또 한 편의 오락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감회는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엠마 스톤은 “친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웃고 떠드는 느낌이다. 다시 함께 작품을 하게 돼서 정말 특별했고, 너무나 신났다. 앞으로도 10년마다 <좀비랜드>를 만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말로 현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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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정정훈 감독이 촬영을 맡았다는 점도 국내 관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할 만하다. 루벤 플레셔 감독은 <올드보이>를 본 후 정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한 모든 작품을 봤을 만큼 열렬한 팬이다. 이번 영화 촬영은 루벤 플레셔 감독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인 화면구성 감각은 이번 작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알고 보면 아카데미 배우들의 품격 코미디?

<좀비랜드>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자 팬들은 크게 환호했지만 일각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전편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출연배우들의 위상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이 가능할지가 작품의 제작에 가장 큰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소니 픽쳐스

탤러해시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은 <래리 플린트>(1996)로 남우주연상, <메신저>(2009), <쓰리 빌보드>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3회나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배우다. 마냥 가볍기만 한 영화 속에서 확실한 ‘똘끼’를 보여주지만 중견배우의 숨길 수 없는 무게감은 작품의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콜럼버스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실화를 영화화했던 <소셜 네트워크>(2010)를 통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다. 꾸준히 인디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넓어져가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리틀록을 연기한 아비게일 브레스린은 <미스 리틀 선샤인>(2006)에 출연하면서 10살의 나이에 이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작품운이 있어 보이지는 않아 아쉽지만 왕성한 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위치타 역의 엠마 스톤은 <버드맨>(2014)으로 첫 아카데미 입성 이후, <라라랜드>(2016)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로 다시 한 번 여우조연상 후보가 되었다. 네 명 중 유일한 수상자이기도 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