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노래]도어즈의 「People Are Strange」

1980년과 2019년, 변하지 않은 세상

When you’re strange
Faces come out of the rain
When you’re strange
No one remembers your name
When you’re strange
When you’re strange
When you’re strange

도어즈의 <People Are Strange>를 처음 들은 것이 언제였던가. 풍경은 정확하게 기억난다. 낮이었다. 빛이 드는 마루에 전축이 있었고, 턴테이블에 도어즈의 베스트 음반 LP를 올려놓았다. 하양과 빨강으로 장식된 LP 커버에는 짐 모리슨의 얼굴이 크게 박혀 있었다.

아마도 첫 곡은 <Hello, I Love You>였다. 하드록, 메탈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르간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도어즈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약간은 낯간지럽기도 한 도어즈의 히트곡. 1967년 데뷔해 1971년 짐 모리슨이 파리에서 사망할 때까지 6개의 정규 음반을 냈던 도어즈의 대표곡이 들어 있는 음반이라 모든 곡에 사로잡혔다. <Light My Fire>, <Break On Through(To the Other Side)>, <Riders On the Storm> 등 들을 때마다 숨이 막혔다. 짐 모리슨의 보컬은 최고였고, 이후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People Are Strange>가 들렸다. 낮게 읊조리는 <People Are Strange>를 들으며 눈물을 떨어뜨리지는 않았지만, 울고 싶어졌다.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때가 딱히 힘들었다고 과장할 생각은 없다. 그냥 힘들었고, 늘 혼자인 것 같았고,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영화에, 소설에, 만화에 빠져든 것도 그때였다. 무작정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고, 픽션의 세계는 너무나도 황홀했다.

음악에도 빠졌다. 클래식은 아니고 주로 하드록과 메탈이었다. <월간팝송>을 읽으면서 비틀스,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퀸, 키스, 블랙 사바스, 주다스 프리스트, 핑크 플로이드 등을 들었다. 도어즈도 그렇게 만났다. 서양 팝과 록의 계보를 읽으면서 등장하는 뮤지션의 LP를 구해서 들었다. 난점도 많았다. 금지곡이 대다수였다. 도어즈의 베스트 음반에서도 <The End>는 없었다. 그나마 청계천에 가면 구할 수 있는 빽판에서 들을 수 있었다.

도어즈의 <People Are Strange>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도 1979년에서 1980년으로 넘어가는 때였던 것 같다. 박정희가 죽었고, 전두환이 등장했고 세상은 급변했다. 박정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베트남 패망을 떠올렸던 나는 얼마 안 가서 그의 악행들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나는 세계의 이방인이고, 절대로 하나가 될 수 없는 낯선 자임을 알게 되었을 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사이키델릭 록은 소외된 자들의 음악이었다. 약물을 통해서라도 도망치고 싶었던 젊은 세대들의 아우성이었다.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정점이었다.

내 인생의 노래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았고, 그들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러나 <People Are Strange>를 처음 들었을 때, 짐 모리슨의 마음과 공명할 수 있었다. 내 멋대로 그렇다고 믿었다. 그리고 프랜시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을 보며 <The End>를 들었을 때에도. 1980년 그리고 2019년에도 세상은 그리 변하지 않았고, 우리는 언제나 낯선 얼굴로 이곳을 떠돌아야만 하니까.

<김봉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