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리뷰]브로드웨이에서 막 올린 <물랑 루즈!>

뉴욕 맨해튼의 알 허쉬펠드 공연장에 들어서면 감탄이 먼저 터져 나온다. 붉은 조명과 푸른 코끼리, 쉼 없이 돌고 있는 풍차가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객석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의상을 걸친 남녀 배우들은 무대 곳곳을 거닐며 이국적인 환락가 분위기를 한층 이색적으로 만든다. 정말 그곳이 파리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한 광경이다. 그리고 무대 한 가운데 반짝이는 제목은 바로 <물랑 루즈!>다.

Matthew Murphy, 2019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 <물랑 루즈!>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막을 올렸다. 호주 태생의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1년작 영화는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를 전세계 영화팬들의 연인으로 등극시키며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1억8000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 2023억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뮤지컬은 바로 그 유명한 사랑 영화를 무대용 콘텐츠로 환생시킨 작품이다.

뮤지컬 <물랑 루즈!>는 ‘무비컬’이자 ‘주크박스 뮤지컬’로서의 이중적인 성격을 모두 지닌 별난 묘미를 담고 있다. 영화가 원작이니 옛 흥행영화를 무대용 콘텐츠로 다시 활용하는 ‘무비컬’로서의 흥행요인을 태생적으로 지니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시도됐던 왕년의 인기음악을 다시 무대로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재미를 더욱 극대화시킨 특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무대 위 화려한 색채와 볼거리는 바즈 루어만 특유의 영화 속 비주얼을 뮤지컬로 이식했음을 알게 하는 동시에,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흥행 팝송들의 선율은 도대체 어떻게 저 장면에 저 노래를 담아낼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을 절로 내뱉게 한다. 영화에서 관객들을 웃고 울렸던 노래들, 엘튼 존의 <유어 송>이나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주제가인 <레이디 마말레이드>, <컴 왓 메이> 등이 무대에서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 라이브로 불려지는 것은 물론, 시아에서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까지 아우르는 극 전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화려한 대중음악의 향연을 완성해낸다. 펀의 <위 아 영>이나 폴리스의 <록산느>,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을 목 놓아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은 여느 팝 콘서트의 열광어린 객석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공연장을 나서며 “어떻게 저 많은 노래들의 판권을 확보했을까?”라며 웃음짓는 현지인들에게서 이 작품의 특별함을 실감할 수 있을 뿐이다.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를 무대로 옮겨놨다고 생각하면 착각에 불과하다. 무대는 이미 영화를 본 사람도 다시 즐길 수 있는, 같은 이야기지만 다시 새로운 원소스 멀티유스의 흥행 원칙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티앙은 극작가에서 작곡가로 탈바꿈됐고, 위대한 예술가 툴루즈 로트렉도 영화보다 한층 보헤미안의 매력을 잘 담아내는 중심 캐릭터로 등장한다. 눈물 떨구게 만드는 엔딩의 감동만이 변함없을 뿐이다.

문화프리뷰

당분간 뉴욕 관광객들에겐 필수 방문코스가 될 것 같다. 특히 남다른 것은 한국 기업인 CJ ENM이 <킹키 부츠>, <보디가드>에 이어 세 번째로 글로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초기부터 공동제작자로 참여한 덕분에 매출과 수익의 배분은 물론 국내 프로덕션도 발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글로벌 뮤지컬 공연가의 반가운 핫 이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