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프리뷰]헬보이-리부트 헬보이 시리즈, 순항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분명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을 테고 CG 역시 여러 전문회사들이 붙어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극장개봉용 영화가 아니라 왠지 넷플릭스나 TV용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우성엔터테인먼트

제목 헬보이

원제 Hellboy

감독 닐 마샬

출연 데이빗 하버, 밀라 요보비치, 대니얼 대 킴, 이안 맥쉐인, 사샤 레인 외

개봉 2019년 4월 10일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21분

또 아서왕 스토리인가. 이 코너에서 아서왕 이야기를 현대 영국의 아이들

이야기로 번안한 영화(조 코니쉬 감독의 <왕이 될 아이>)를 다룬 지 두 달도 안된 것 같은데 이 <헬보이>의 리부트에서 다시 아서왕 이야기를 만났다. 우리의 다크 히어로 헬보이가 ‘알고보니’ 아서의 피를 받았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지옥의 왕자였던 아버지 아제엘과 인간 여자이지만 마녀로 몰렸던 어머니 새러 휴즈가 ‘발푸르기스의 밤’, 그러니까 중세유럽에서 마녀의 축제일로 믿어진 그 날에 만나 부부가 되었고, 다시 새러 휴즈의 아버지, 다시 말해 헬보이의 외할아버지가 아서의 아들 모드레드의 후손이기 때문에 헬보이는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있었다‘는 복잡한 설정이다.

델 토로보다는 원작에 충실한 실사화

원작 코믹스에 있는 것이다. <헬보이>의 실사영화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헬보이> 시리즈를 만들었다. 이번 작품은 코믹스의 블러디 퀸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델 토로의 작품과 겹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헬보이의 탄생과 핵심적 주제의식(원래 세상을 파멸로 이끌 악마 ‘아눙 운 라마’의 본성과 인간의 친구이자 슈퍼히어로로서의 ‘내적 갈등’에서 본능을 뛰어넘어 초극을 선택한다는)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아눙 운 라마’라는 이름은 ‘그리고 그의 이마에 불꽃 왕관이 씌워진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이 지식은 헬보이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팬 웹사이트에서 얻었다), 델 토로의 1편 절정부에서도 비슷한 악마의 각성 장면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 하이라이트는 되풀이된다. 쉽게 말해 ‘리부트’다.

리부트 <헬보이>의 감독은 닐 마샬이다. 동굴 속에서 조난당한 여인들과 정체 모를 괴물들의 혈투를 그린 영화 <디센트>(2007)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앞서 델 토로의 <헬보이>를 언급했는데, 델 토로의 작품은 다른 그의 여러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그러니까 원작의 형식과 이야기 구조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델 토로 특유의 색깔이 영화를 지배했다. 그렇다면 리부트 작품의 목표는? 아무래도 ‘원작 코믹스 이야기에 충실히’가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놓는다. 충분히 몰입하기도 전에 ‘주마간산’ 식으로 언급하고 넘어간다는 느낌이다. 블러드 퀸, 다시 말해 아서왕에 의해 몸이 여섯 등분되었던 비비안 니무에가 몸이 합쳐지면서 부활한다. 그는 첫눈에 아서의 아들을 알아본다. 그리고 ‘(세상의 파멸을 일으킬) 당신의 운명에 충실하라’고 충동질한다. 헬보이가 엑스칼리버를 뽑자 뿔이 자라나면서 그 사이엔 불타는 왕관이 뜬다. 세상의 종말이 시작된 것이다. 갈라진 땅속에서 솟아난 괴수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무참히 당하는 시퀀스는 컴퓨터그래픽(CG)이 조금 조악해 보이기는 하지만 설정이나 아이디어는 좋았다. 상상에 걸맞은 지옥도(地獄圖)다. 그런데 너무 짧다! 헬보이가 자신의 운명을 마침내 거부하자 그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땅속의 갈라진 틈으로 모두 빨려 들어간다. 솔직히 살짝 맛만 보고 만 것 같아 아쉽다. 목만 남은 블러디 퀸도 그렇게 땅속으로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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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이야기 전개, 아쉽다

필자의 이런 감상이 설혹 어떤 외부적 조건으로 몰입에 실패한 주관적인 평가가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대부분의 시사회 참석자들이 일어서며 낸 일성도 비슷했다. “산만하다.”(다른 참석자의 중얼거림을 나가는 길에 똑똑히 들었다.) 주변적인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데는 영화의 보정문제도 있다. 요즘 영화 중 과거처럼 필름으로 찍는 영화는 없다. 모두 디지털로 제작된다. 디지털 영화는 특유의 질감이 있는데 후보정으로 그 질감을 없앤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1980년대 흔히 16㎜ 에로영화라고 불리던 영화들을 보면 분명히 각본도 있고 연출도 있는데 가정용 비디오레코더로 찍은 것 같은 톤이다. 정식 영화라기보다는 아마추어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난 4월 5일 개봉 전 시사회에서 만난 리부트 <헬보이>가 그랬다. 분명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을 테고 CG 역시 여러 전문회사들이 붙어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극장개봉용 영화가 아니라 왠지 넷플릭스나 TV용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저건 기술시사를 통해 후보정으로 톤만 조절해주면 해결될 문제이긴 한데, 뭐 한국영화도 아니고 외국영화이니 지적한다고 될 일은 아닌 듯싶지만 말이다. 엔딩크레딧에선 세계관을 담은 짧은 쿠키영상 2개를 던져놓는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워낙 이런 식으로 재미를 봤으니 따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솔직히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보면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지 조금 불안하긴 하다.

‘꽈찌주’ ‘레지던트 이블’…반가운 조연들

리부트 헬보이에서 인상적인 것은 인간세상의 아버지 트레버 브룸 박사다. 그는 헬보이가 소속된 비밀조직 B.P.R.D(초자연현상조사연구방위국)의 수장인데, 이번 리부트에서 그려지는 그의 모습과 델 토로에서 그의 성격은 판이하다. 델 토로의 작품에선 그냥 백면서생(존 허트 분)이다. 실제적으로는 막강한 파워를 지녔지만 그냥 연구자 내지는 학자에 가까웠다면 이번 리부트에서는 학자적 면모보다는 실제 권력을 가지고 총도 마구 쏘는, 현장지휘관에 가깝다. 어느 게 원작과 가까운 설정일까. 말할 것도 없이 이번 리부트다.

영화 <헬보이>의 한 장면 / 주)우성엔터테인먼트

블러드 퀸 역으로는 우리에겐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굳은 밀라 요보비치가 나왔다. 1975년생이니 이제 완연한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마녀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다른 대체 인물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한 또 한 명의 배우도 조연으로 나온다. 대니얼 대 킴.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난 햄보칼수 업서!”라는 인터넷 유행어를 남긴 미국 TV드라마 ‘로스트’의 ‘꽈찌주’(권진수)로 유명한 한국계 남자배우 말이다(미국에서 자랐지만 경남 남해가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흥분하면 재규어로 변하는 B.P.R.D 요원 벤 다이미오 역으로 나온다. 부디 시리즈가 살아남아 이 한국계 배우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