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자연 재난물처럼 흘러가던 영화는 의문의 유람선이 등장하며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본격적인 서스펜스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제목 트라이앵글 (Triangle)
제작연도 2009년
제작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러닝타임 99분
장르 스릴러, 판타지
감독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멜리사 조지, 리암 헴스워스, 마이클 도맨, 엠마 렁
개봉 2018년 8월 2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히스토리필름](https://img.khan.co.kr/newsmaker/1292/1292_74.jpg)
(주)히스토리필름
한풀 제대로 꺾인 무더위만큼이나 극장가의 흥행 열기도 누그러든 분위기다. 성수기인 방학과 휴가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개봉했던 대작들의 분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흥행전선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틈새를 노린 중소규모 작품들의 각축은 더욱 치열해졌다. 저예산이지만 규모에 뒤지지 않는 작품성을 내세운 아트하우스 영화와 강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형형색색의 장르영화들이 꾸준히 개봉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만들어진 지 한참 지났지만 국내에 뒤늦게 소개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최근 크게 흥행한 슈퍼 히어로물 <데드풀> 시리즈의 인기 여세를 몰아 라이언 레이놀즈가 주연을 맡은 블랙코미디 영화 <더 보이스>(The Voices)가 개봉한다. 반려견·반려묘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만의 평화롭고 순탄한 삶을 살던 청년 제리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일생일대의 파란을 겪게 된다. 연출을 맡은 여성감독 마르잔 사트라피는 고향인 이란의 현실을 고발한 사회성 짙은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2007)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인물로 독특한 배우와 감독의 조합이 기대를 유발한다. 예쁜 색감이 풍성한 화면 안에 유머와 공포, 판타지가 뒤범벅된 이 작품은 2014년 작이니 4년 만에 국내 개봉이 성사됐다. 하지만 이 정도는 무난하다고 해야 할까. 같은 날 개봉하는 영국과 호주 합작 공포영화 <트라이앵글>은 완성된 지 9년 만에 한국에 정식 소개되는 작품이니 말이다.
일상에 지친 싱글만의 작은 일탈과 큰 깨달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장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집요한 데 비해 국내 공포영화 시장은 협소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각자의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공개된 지가 꽤 오래된 작품인 <트라이앵글>은 솔직히 볼 만한 사람은 이미 다 봤을 만한 작품이다. 과거 공개 당시부터도 영화에 대한 평가와 소문이 상당히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놓치기엔 아깝다.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제스(멜리사 조지 분)는 또다시 정신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더구나 오늘은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식당에서 손님으로 만나 호감을 키우고 있는 그렉(마이클 도맨 분)에게 요트여행 초대를 받은 날이라 마음이 더 조급하기만 하다. 어렵사리 출발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한 제스는 먼저 온 그렉의 친구들과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난데없는 폭풍이 몰려오고 거센 폭우와 파도에 요트는 침몰하고 만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뒤집힌 보트 잔해 위에 모여 불안에 떨고 있는 일행 앞에 다행히 호화 유람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행은 무사히 유람선에 올라 안도하지만 기쁨도 잠시 텅 빈 유람선 안에서는 인적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정체불명 살인자의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되면서 일행들은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제시의 작은 휴식은 끔찍한 악몽으로 변해간다.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서정적 미스터리
<트라이앵글>은 시작부터 기존의 공포영화들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후 단순한 자연 재난물처럼 흘러가던 영화는 의문의 유람선이 등장하며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고 본격적인 서스펜스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짐짓 유령선을 등장시킨 심령물인가 싶어 보이던 영화는 이내 전형적 슬래셔 장르의 얼굴을 가린 살인마까지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뒤틀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의 재기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다. 대부분의 비평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완벽한 수미쌍관을 완성하기엔 과정상 많은 논리적 결함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정서적으로 납득될 만한 주인공의 비애와 공허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장편 데뷔작 <크립>(Creep·2004)부터 매번 분위기는 달리하면서도 꾸준히 공포, 스릴러 장르 안에서 작업해온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이 비범한 상상력과 깔끔한 연출로 작품의 중심을 바로세우고 있음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재기발랄한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큰 힘을 보탠다. 거의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비중으로 극을 이끄는 여주인공 제스를 연기한 멜리사 조지의 개성 있는 미모와 탁월한 연기가 빚어내는 서글픈 모성(母性)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 낸다. 더불어 <어벤져스>의 토르 역할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 헴스워스 덕에 함께 주목을 받게 된 헴스워스 가의 배우 삼형제 중 막내 리암 헴스워스의 앳된 얼굴을 확인하는 잔재미는 덤이다.
돌고 돌고 다시 도는 ‘루프’ 장르물
![[터치스크린]트라이앵글-9년 만에 정식 국내 개봉 미스터리 수작](https://img.khan.co.kr/newsmaker/1292/1292_75.jpg)
어떤 인물이 반복되는 시간이나 공간 안에 갇혀 겪게 되는 사건이나 모험을 다룬 이야기를 ‘루프’물이라 부른다. 그 중에서 반복되는 시간이 등장하는 작품을 ‘타임 루프’ 물이라고 한다. 루프(Loop)란 단어가 끝과 끝이 연결되어 무한 반복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만큼 특정 시간대의 반복을 필수로 요한다. 영화에도 무수한 루프 물이 존재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다양한 장르 밑에 하위 장르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는 빌 머레이가 주연했던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1993)이 가장 사랑받는 작품일 것이다. 작품의 개별적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장르를 초월해서 현대적 루프물의 전형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액션 장르에서는 <데자뷰>, <소스 코드>,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같은 작품들이 생각난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상 SF와 접목을 이룬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정통 멜로 장르로는 과거 TV 주말영화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1980), 영국의 워킹타이틀 영화사가 제작한 <어바웃 타임>, <7번째 내가 죽던 날>도 떠오른다. 한국영화 <열한시>나 <하루> 같은 작품도 반복되는 시간에 갇힌 인물들과 비밀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작품이었다.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멕시코 영화 중 한 편인 <인시던트>(The Incident·2014)는 빠져나갈 수 없는 시공간을 다중적으로 설계하고 다소 현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주제를 적절히 녹여냄으로써 획일적인 루프물의 형태를 진일보시키기도 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