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는 지상파 위에 나는 케이블·종편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 <도깨비>로 대박을 터뜨린 tvN은 이제 지상파 프라임타임 드라마에서도 내기 어려운 시청률 20%를 넘기며 케이블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거머쥐었다.

1~2% 계단에서 ‘퐁당퐁당’이다. 지난 8월 방영을 시작한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시청률 얘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 밤 방송된 <맨홀>은 전국 기준 시청률 1.9%를 기록해 2%를 턱걸이했던 시청률이 다시 1%대로 내려앉았다. <맨홀>은 이미 지난 8회 방송에서 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1.4%)을 기록했다.

‘맨홀’에 빠진 것은 이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라는 표현은 이미 2~3년 전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했지만, 일일·주말극을 제외한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10%를 넘는 지상파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 드라마’라는 표현은 이미 옛말이 됐고, 동시간대 방송 3사의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20%를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지상파 방송 3사의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는 SBS <피고인>(최고 시청률 28.3%)과 <귓속말>(20.3%) 정도. 채널 다양화로 지상파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면도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 자체가 저하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상파 드라마가 연일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지만 케이블채널인 tvN과 종합편성채널인 JTBC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JTBC는 오는 12월부터 월화드라마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영 예정인 월화극은 멜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로 드라마 <비밀>의 유보라 작가와 KBS 출신 김진원 PD가 만든다. JTBC가 3년 만에 월화극 부활에 나서면서 현재 월화극을 방송 중인 tvN과 동시간대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1%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포스터. / KBS

‘드라마 왕국’ 영예 빼앗긴 지상파

JTBC는 2014년 방영된 <유나의 거리>를 끝으로 월화극을 없애고 금토드라마로 편성을 변경한 바 있다. 제작비 부담에 시청률도 저조했던 탓이다.

2012년 개국 이후 종편 중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해온 JTBC는 올해 처음 ‘종편의 유리천장’이라 여겨지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지난달 종방한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12.1%를 기록했다.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힘쎈여자 도봉순>이 보유했던 최고 시청률 9.7%를 넘어선 것이다. JTBC의 월화극 부활은 이런 시청률 상승에 따른 자신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 <도깨비>로 대박을 터뜨린 tvN은 이제 지상파 프라임타임 드라마에서도 내기 어려운 시청률 20%를 넘기며 케이블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거머쥐었다. 7월 말 종영한 장르물 <비밀의 숲> 역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화제성과 시청률(6.6%) 모두에서 선방했다.

올해 상반기 유난히 장르물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꾸준히 ‘장르물 외길’을 걸어 왔던 OCN도 <보이스> <터널> <듀얼> <구해줘>까지 네 편의 드라마를 선보이며 ‘장르물의 명가’임을 입증했다. 영화전문 케이블채널인 OCN은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09)을 시작으로 자체 제작 장르물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지상파에서 ‘시청률이 안 나온다’며 찬밥 신세였던 장르물을 꾸준히 방영해온 결과 지상파 방송사가 따라오지 못할 내공을 쌓았다. 특히 6.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터널>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물을 대중적인 드라마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 역시 SBS의 <피고인>과 <귓속말>, MBC의 <미씽나인> 등 장르물을 선보였지만 이미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 나왔다.

지상파 드라마의 추락한 위상은 광고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5월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편법 중간광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능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쪼개기 편성’을 강행했다. 회당 70분짜리 드라마를 절반으로 쪼개 회차를 달리하고, 그 사이에 1분가량의 광고를 삽입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불법으로, 금지규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이 거셌다.

20.5%라는 케이블채널 최고 시청률을 돌파한 tvN 상반기 흥행작 「도깨비」의 한 장면. / tvN

위기의 지상파, ‘편법 중간광고’ 논란도

방송사들은 케이블채널이나 종편의 중간광고와 다른 ‘프리미엄CM’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간광고가 아니라 새로운 광고 형태라는 주장이다. 각각 독립적으로 완결된 드라마를 2회 연속 방영하는 것이라는 논리인데, 정작 보는 시청자들은 맥락없이 불쑥 드라마가 중단되고 ‘곧이어 다음회가 방송된다’는 자막이 나오는 등 오로지 광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쪼갠 드라마를 보게 됐다는 반응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 이런 ‘신종 광고’를 강행하는 이유는 재정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6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를 보면, 지상파 방송의 지난해 광고비는 1조6628억원가량으로, 2015년에 비해 14% 줄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 점유율 역시 2007년만 해도 71.4%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0.5%까지 추락했다. 이미 2015년 tvN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케이블채널의 광고 단가가 지상파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고, 지난해 tvN과 OCN·엠넷 등의 채널을 보유한 CJ E&M 광고 매출이 처음으로 KBS와 SBS를 앞지르기도 했다.

‘유사 중간광고’ 이후 지상파 방송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최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2분기 MBC와 SBS의 프리미엄CM 평균 시청률은 5.27%로, 프로그램 방영 직전과 직후에 편성되는 광고 평균 시청률(각각 2.28%, 4.3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단가는 시청률을 바탕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유사 광고’ 효과는 사실상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케이블 등 유료채널의 중간광고와 비교하면 효과가 떨어졌다. 유료채널은 두 차례에 걸친 중간광고 이후 평균 시청률 하락폭이 각각 2.19%, 3.95%였는데 지상파는 하락폭이 6.3%에 달했다. 두 편으로 쪼갠 방송이 “독립적으로 완결된 방송”이라는 방송사 주장과 달리, 방송을 인위적으로 잘라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 광고 편성으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