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ID는 강남미인!」-성형수술, 해도 괴롭고 안 해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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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강미래는 성형 전에는 못생겼다는 시선 때문에 괴로웠고, 성형 후에는 성형을 한 얼굴에 대한 시선 때문에 괴롭다. 분명 그것은 견디기 어려운 시선의 문제이지, 견디지 못해 성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작가 기맹기)은 매력 있는 텍스트다. 대중적으로 호소력 있는 이야기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의 접점을 기민하게 포착하고 버무려낸다. 그것도 갈수록 영리하게 해낸다. 사실 도입부는 아쉬운 편이었다. ‘막장 드라마’스러운 악역들의 폭주는 현실감이 부족했고, 주인공 캐릭터들의 성격 설정도 투박했다. 하지만 그만큼 선명했고 읽기 쉬웠다. 그렇게 대중적으로 독자를 확보한 후 적절한 시점마다 조금씩 메시지의 온도를 높여가니, 이제 슬슬 끓는다. 재미나게. 그 재미를 훑어보자.

“못생겼다는 비웃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 이젠 성형괴물이라는 손가락질. / 내가 잘못한 건 대체 뭘까? / 애초부터 못생기게 태어난 것?”

기맹기 작가의 만화 「내 ID는 강남미인!」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기맹기 작가의 만화 「내 ID는 강남미인!」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러브스토리로 봉합한 <미녀는 괴로워>

작품 초반의 이 질문은 신선하지는 않으나, 여성의 외모를 대상화하는 사회적 시선의 폭력성을 잘 드러낸다. 주인공 강미래는 성형 전에는 못생겼다는 시선 때문에 괴로웠고, 성형 후에는 성형을 한 얼굴에 대한 시선 때문에 괴롭다. 분명 그것은 견디기 어려운 시선의 문제이지, 견디지 못해 성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건 대체 뭘까?”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우선 그것이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환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작품이다.

유사하게 성형을 테마로 한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그 문제를 오히려 개인의 러브스토리로 봉합해 버렸다. 사회의 문제는 그대로 둔 채로 개인이 성형수술로 그 사회에 적응한다. 적응은, 사회의 문제를 극복(?)해 ‘마음을 볼 수 있는’ 남성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완성된다. 사회는 변하지 않지만 개인은 행복을 찾으며, 그 계기는 무엇보다도 성형이다. 당시 600만명이 보았던 이 영화의 서사는 역설적으로 여성의 외모를 향한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축돼 있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성형이라는 사회 적응방식이 개개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승인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영화의 원작인 일본 만화는 조금 달랐다. (한국에는 <미녀는 괴로워>라는 제목으로 번역됐지만, 원제는 <칸나씨, 대성공이에요!(カンナさん大成功です!)>였다.) 원작은 여성의 외모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비틀어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 웃음으로 승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었다. 영화와 유사한 러브스토리가 흐르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성형을 해서라도 미인이 되는 편이 나아’라는 생각이 강조되는 듯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피소드 곳곳에서 바로 그 시선에 대한 유쾌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종합하면 ‘성형을 해서라도 미인이 되는 편이 나아’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회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라는 반문이 던져졌던 것이다. 이러한 전체 서사와 메시지의 불협화음이 흥미로웠고 의미 있었다.

<내 ID는 강남미인!>도 그런 불협화음이 눈에 띈다. 전체 서사의 중심축은 ‘귀여운 회색고양이’ 도경석, 매너 있는 매력남 연우영 선배와의 삼각 러브라인이다. 이것이 연애 상대 캐릭터들의 외모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은 짚어두자. 경석은 외모를 중시하는 걸 혐오하기에 미래를 외모가 아닌 다른 이유로 좋아하며, 우영은 외모를 중시하되 성형에 대한 편견이 없기에 미래를 그저 예뻐서 좋아한다. 아직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이런 설정들은 사회적 문제를 특수한 개인들의, 특히 남성의 시혜로 봉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들이 심사숙고해서 풀어나가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내 ID는 강남미인>은 그런 러브라인만을 중심에 두지 않고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달리 말을 건다.

그 불협화음으로 대표적인 것이 축제 에피소드와 나혜성 에피소드다. 각각 대학 및 가정과 직장을 중심으로 여성이 처한 현실을 그려내는 두 에피소드의 분량을 단순히 계산하면 지금까지 나온 분량의 3분의 1 정도에 해당한다. 조향사였지만 사고로 후각을 잃은 후 향수 잡지를 만들고 있는 나혜성의 에피소드부터 보자. 혜성은 실력 있는 조향사이지만 가정에서는 ‘여자로서의 가치’를 ‘몸=신체’에서 찾는 전 남편의 비물리적 폭력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왔다. 결국 물리적 폭력마저 터진 날, 그녀는 후각을 잃었고 조향사로서의 커리어는 끝났다. 자살 시도 후 역설적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에게 결정권이 있는, 나의 몸”이라는 자각이 찾아와 이혼하고 새 커리어를 쌓아간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오해받는 등, 여성으로서 처한 여러 현실의 위치와 역할은 어려움으로 가득하다. 바로 그 현실의 사실이 이야기의 형태로 공감 가능하게 제시된다.

현실에서는 더 멀어져 간 ‘차별금지법’

다음은 축제 에피소드. 대학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쁜 여성은 ‘꽃’으로서 서빙을 맡고, 예쁘지 않거나 잘 꾸미지 않은 여성은 주방을 담당한다. 여성의 외모를 판단하고 그 배치를 결정하는 이들은 남자 선배들이다. 여성들은 간간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화를 꾹 참고 그 결정을 묵인하고 넘어간다. 이런 답답한 이야기는 10화가량에 걸쳐 이어진다. 주인공들의 서사가 이어지는 중에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차별로 가득한 세계가 끊이지 않고 환기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구마’를 먹으며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터질 때쯤이 되면, 시원한 ‘사이다’가 등장한다. 남자 선배들의 잘못을 낱낱이 지적하고 그 선배들이 저지른 과오를 스스로에게 적용해 깨달을 수밖에 없게 하는 ‘미러링’의 시간이 온다.

이것은 메갈리아의 ‘미러링’과 유사하지만, 맥락과 이야기와 가시적인 인물이 있는 웹툰이라는 공간 속에 배치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게시판 속 미러링이 사이다 위주였던 것과 달리 웹툰 속 미러링은 사이다보다 고구마가 길다. 물론 고구마라고 해서 답답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이다보다 더 의미 있는 장치일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현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답답하며, 답답하기에 벗어나고 싶고 해소하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 2~3년간의 여성주의적 실천 가운데 미러링뿐만 아니라 피해의 서사가 널리 공유됐던 것도 그런 맥락 속에서 읽힌다. 그 둘을 함께 보지 않고 따로 조명하면 여성이 피해자 혹은 복수의 화신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그건 따로 보는 이들의 잘못이다.

이러한 주변인 캐릭터 및 사회 재현의 와중에 여자 주인공 미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래는 같은 네이버웹툰 <마스크걸>(희세 그림, 메미 글)의 성형한 주인공 모미처럼 ‘괴물’이 돼 그로테스크한 고립된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 전혀 다른 톤으로 전개되는 <내 ID는 강남미인!>에서 미래는 성형수술을 하게 만들었던 그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식으로 자신을 속박하고 타인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차별로부터 벗어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차별도 인지해 벗어가는 과정이,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ID는 강남미인!>에는 있다. 그것 역시 이 텍스트를 보는 재미다.

마지막으로 이 영민한 작품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작품의 서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자신한다. 지금 현실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의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이나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법률”인 차별금지법은 분명 <내 ID는 강남미인!>의 주제 장과 겹친다. 작품이 끝나기 전에 바로 이 법이 통과돼 적용된 세계를 그릴 수는 없을까?

사람은 관계와 설득에 의해 바뀌기도 하지만, 법에 의해서도 바뀐다. 한국의 웹툰들이 법과 같은 사회적 장치의 활용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던 차이지만, <내 ID는 강남미인!>과 같은 영리한 작품이라면 유연하게 해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다. 유력 대통령 후보와는 달리, 작가님이라면 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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