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SW 글로벌 선도 전략의 ‘착각’

또다시 변죽을 울리는 정책이 발표됐다. 지난 4월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K-ICT SW 글로벌 선도 전략’에 대한 얘기다. 정부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기계학습 등의 SW 기초기술 8대 분야를 선정해 대학을 지원하고, 기업의 R&D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함으로써 2017년까지 국내 SW 기술력을 미국의 80%까지 끌어올리고 글로벌 SW 전문기업도 5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핵심 이해당사자인 SW 개발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발자 처우는 미국 대비 20%인데 기술력은 왜 80%를 요구하냐”이다. 정부는 세금으로 R&D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면 우리나라의 SW 기술력이 증대할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 측은한 생각이 든다. 지난 십수년간 그렇게 믿으면서, 그렇게 엄청난 정책자금을 사용했으면서 아무런 결과도 만들지 못했다. 이번 정부 발표는 그간의 잘못된 방법을 더 열심히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연합뉴스

이런 뉴스를 보면 하나의 우화가 생각난다. 길을 지나가던 행인이 한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환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행인이 물었다. “무엇을 그렇게 찾고 있니?” “잃어버린 은화를 찾고 있어요.” “어디에서 잃어버렸는데?” “저기서요.” 아이는 손가락으로 가로등에서 멀리 떨어진 깜깜한 곳을 가리켰다. 행인이 다시 물었다. “저기에서 잃어버린 은화를 왜 여기에서 찾고 있니?” 아이는 대답했다. “여기가 밝으니까요.”

이는 SW 기업 문제의 본질이 아닌 도구, 방법론, 프로세스 등에만 집착하는 걸 비판하는 우화다. 사람들은 쉽고 눈에 보이는 방법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에 있어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이다. 부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방법을 수행할 리 없다. 이 우화는 한 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실에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우리나라 SW 기술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지 R&D에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못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결과론적 현상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SW 개발에 걸맞지 않은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재능을 가진 SW 개발자가 그런 한국 기업들에 들어가 잠재력을 발산하기는커녕 혹사를 당하고 금전적으로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정신 및 신체 건강까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업계의 현실이 사회에 파다하게 알려지면서 인재 유입이 줄고 수준도 저하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의견은 이렇다. 우리나라가 SW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둘 중의 하나라고 본다. 하나는 우리 사회가 선진국들처럼 SW 개발자뿐만 아니라 지식노동자 전체가 제대로 대우받는 지식사회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라면 억지로 SW 산업을 육성하지 않더라도 SW 산업은 지식노동의 대표주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비록 지식사회는 아니지만 중국, 인도처럼 다른 직종에 비해 SW 개발자 처우가 높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출세하고 돈을 벌려면 개발자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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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식노동자가 대우받는 지식사회를 만들든가, 아니면 (다른 직종의 지식노동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SW 개발자의 처우를 크게 개선하든가, 이것 말고 과연 다른 방법이 있을까? SW 산업에서 산업화 시대의 맨땅에 헤딩하기식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산업구조와 사회문화에 딱 들어맞는 수준의 SW 산업을 갖고 있는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ryu@peoplew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