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정부 데이터 공개, 수요자의 편에서

필자처럼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다. 온갖 새로운 정책이 새롭게 실험이 되는 데다 행정구역이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세밀하게 사회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고무적인 사실은 서울시나 한국 정부나 더 많은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 박근혜 정부 취임 이래 정부 3.0의 기치에 따라 데이터 공개와 공유가 강조되고 있다. 공개된 자료가 원활히 활용된다면, 이를 통해서 시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정부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공개의 양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손쉽게 활용될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과거 선거 통계가 대표적인데, 자료를 검색만 할 수 있지 따로 원데이터(raw data) 파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사이트에서 자료를 취합하든가 아니면 파이썬 같은 소프트웨어 언어로 자료 수집용 크롤러(crawler)를 만들어서 일명 웹스크레이핑(web scraping)을 해야 한다.

지난 3월 3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빅데이터 관련 경기창조경제혁신 센터 개소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또한 이런 정부기관에서 공개하는 자료들의 배열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동별 사회경제적 자료가 배열된 순서와 중앙선관위가 제공하는 동별 투표율, 정당 지지율 간 자료의 순서가 같지 않다. 해당 자료를 취합해서 활용하려는 시민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애초에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 통합된 기준에 따라 자료를 제공했다면 손쉽게 해결됐을 문제였다. 더 많은 자료 공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2000년대 이전의 자료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데이터는 좋은 연구와 좋은 정책의 기본이다.

나아가 정부의 오픈데이터 정책 진행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를 해줄 기구도 필요하다. 공공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런 데이터를 순수한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에 대한 감시의 목적으로, 정당에서는 선거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이런 데이터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기업에서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종합하여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정부 세금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들이 시민들에게 혜택이 가는 방향으로 공개될 수 있도록 정책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국가 기밀이나 개인의 사생활에 침해를 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공 데이터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 미국 의원들은 각 의원들이 받는 선거자금의 출처는 물론 누구와 언제, 어디서 점심을 먹었는지도 다 공개한다. 미국 의회제도의 모순과 강력한 이익집단들로 인해 금권정치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이런 데이터 공개가 시민들의 의회에 대한 감시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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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한국 정치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것 중에 하나는 국회 예산심의 기능을 거치지 않고 행정자치부나 교육부에서 지방의 수요에 따라 직접 배분해줄 수 있는 특별교부세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사실 확인하기 어렵다. 국민 세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 공공 데이터의 공개와 공유는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효성을 더 갖기 위해서는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