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애플페이 성공가도와 삼성의 고민

연중 최대 모바일 행사인 MWC 2015에서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핀테크였다. 핀테크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과 결합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적용 범위가 넓은 데다 즉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IT업체들 중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는 애플이다. 애플페이는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결제방식보다도 간편하면서도 뛰어난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다. NFC와 터치ID를 이용하기 때문에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가져간 후 홈버튼에 손가락만 대고 있으면 간단히 결제가 된다. 또한 거래 시 1회용 보안코드를 생성해 이용하는 데다, 거래 데이터도 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

애플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주요 카드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맥도날드, 스타벅스, 디즈니랜드, 쉐브론 주유소 등을 비롯해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의 기내 결제에도 이용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2015년 말까지 북미에서 약 10여만개의 자판기에 애플페이 결제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19일 삼성전자 관계자가 ‘삼성페이’ 스펙을 공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애플의 팀 쿡 CEO는 최근 행사에서 2500여개 은행과 약 70만 곳에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15년에는 애플페이의 총 결제액이 786억 달러에 이르러 페이팔도 넘어서며, 2016년에는 결제액이 2066억 달러(약 2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애플페이는 이미 성공의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런데 애플페이는 애플에겐 신규 사업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애플은 그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애플페이는 완전히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다. 애플로선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애플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사업에 계속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페이는 그 자체로 새로운 수입원일 뿐만 아니라 아이폰의 강력한 킬러앱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단지 제조사다. 물론 제조에 있어서는 다양한 전자소재와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구글에 의지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결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삼성허브라는 브랜드로 한때 동영상, 음악, 전자책 등의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시도했으나, 작년 말에 MSC 조직을 해체하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했다.

애플은 하드웨어 및 디자인 경쟁력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운영체제와 앱스토어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 경쟁력, 거기에다 아이튠즈를 통한 업계 1위의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제 거기에다 추가로 애플페이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생태계를 형성함으로써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각각의 경쟁력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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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의 위력에 놀란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루프페이(LoopPay) 인수를 발표하며 모바일 결제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만일 애플이 애플페이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삼성이 삼성페이 사업을 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그러한 서비스 사업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서비스 사업에 제대로 헌신하기엔 삼성전자의 제조업에 최적화된 조직문화는 커다란 방해가 될 것이다. 콘텐츠 사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류한석/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