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데이터 자본’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경제 자본 외에도 사회적 자본과 문화 자본의 개념을 소개했다. 제임스 콜맨이나 로버트 퍼트남 같은 학자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학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신뢰, 규범, 장기 지속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의 능률을 높이고, 사회 구성원이 사회로부터 호혜적인 지원을 받으리라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 요소가 된다.

최근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시대를 논의하면서 필자가 생각하는 또 다른 자본의 유형은 ‘데이터 자본’이다. 우리 사회가 과연 얼마나 가치 있고 안전하며, 미래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고, 시민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데이터를 축적·가공·공유·활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데이터 자본의 개념은 아직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학계의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고, 프라이버시에 친화적이며, 우리 사회가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의 총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적정한 데이터라 함은 불필요하거나 가치 없는 데이터를 마구 모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유용하고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비중에 따라 판단된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예상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는 가치 없는 대용량 데이터를 마구잡이로 수집해서 발생하는 오용 가능성이다. 적정한 데이터의 규모와 다양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규모가 클수록 우리 사회 데이터 자본의 양도 늘어난다.

데이터 자본의 시대엔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사진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유타 데이터 센터 전경. | AP연합뉴스

두 번째 문제는 품질과 신뢰의 문제이다. 프라이버시 친화적 데이터라 함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익명화된 데이터, 또는 전체 공동체의 특성과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프라이버시를 정책이나 제도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스템 구현 시점에서부터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 요소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그 사회가 생성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얼마나 쉽게 접근해 활용·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다른 말로 데이터 주권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인터넷 활동 기록, 검색 기록, 소셜미디어의 데이터들은 우리 기업이나 사회 구성체가 아닌, 우리가 제도적으로나 법률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글로벌 기업의 소유 하에 만들어지고 있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매우 민감한 이슈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치열하게 공방이 벌이지는 밑바탕에는 이런 우려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중국의 온라인 폐쇄성이나 러시아가 자국인의 데이터는 자국 내에 있어야 한다며 추진하는 새로운 법률도 미국 기업이 이 데이터 자본에 접근하려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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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계에서 우리는 과거 수천년 동안 만들어온 데이터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1년 안에 생성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는 앞으로 수천억개의 스마트 기기가 활용되는 사회에서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 중에서 적정한 데이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우리 사회가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규모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 사회가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자본의 특성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학계나 기업, 정부가 이런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디지털 데이터 자본을 어떻게 축적하고 증가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세종대 ES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