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신속배달 시장 부상, 물류시스템 바꾼다

구랍 30일 한 뉴스가 내 눈을 끌었다. 인스타카트라는 식품 배송 서비스가 20억 달러의 가치 평가를 받으면서 2억1000만 달러의 추가 펀딩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6개월 전에 4억 달러의 가치로 4400만 달러를 투자받았던 회사가 5배로 회사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 사람이 직접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해서 배송하게 한다.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등 미국 내 14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트코, 홀 푸즈 등의 대형 식품 매장이나 지역 상점의 물건 배송이 가능하며, 각 도시의 주요 식품점이나 마트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5달러 이상을 주문하면 1시간 내 배송요금으로 5.99달러를 내면 된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포스트메이츠는 우버 드라이버처럼 배달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전화를 통해 음식,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미국 18개 도시에 있는 지역 상점에서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상점이 자사의 기술을 이용해 로지스틱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지역 상점의 물건까지 배달해주는 식품 배송 대행업체 인스타카트의 상품 검색 페이지. | 인스타카트

이런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구현하려는 것은 거대한 창고를 짓고 물류를 관리하는 게 아니다. 도시에 있는 많은 상점과 대형마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하나의 가상 상점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당일이나 이튿날 아침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2만5000개의 일상 용품을 한 시간 안에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나우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 수는 이미 5000만명에 달해 회비만으로도 수조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구글도 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구글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등에서 시행하기 시작했다. 700만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이 상품 배송에 뛰어든 이유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소비자들이 관심 있거나 구매 의향이 있는 상품에 대한 검색을 구글이 아닌 아마존에서 하는 비중이 높아져온 것이다. 상품 검색은 구글의 주고객인 광고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인데, 이를 점점 아마존에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식료품 신속 배달 서비스에선 이미 2000년대 초 웹밴이란 기업의 급성장과 파산 사례가 교훈을 남긴 바 있다. 웹밴은 운영에 들어가는 시스템 비용을 적은 마진으로는 지탱할 수 없음을 교훈으로 남겼다. 최근 이베이가 당일 배송 서비스인 이베이 익스프레스를 중단한 것도 이 시장이 매우 고비용이 필요한 시장일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사용자와 배송자, 운영에 들어가는 시스템 비용의 급격한 절감, 이미 수많은 사용자를 갖고 있는 대형 기업과 풍부한 자금이다. 일정 시간이 아닌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도시 전체가 효율적인 거대한 물류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주문 배송에 관련된 빅 데이터를 활용해 더 많은 주문과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는 기술의 진보는 이 시장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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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여러 음식 배달 앱이 경쟁하고 있지만, 자본력 있고, 기존 배송 체계를 갖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 우수한 품질의 식품을 배송하는 방식을 제공한다면 기존 대형 마트 시장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배달의 민족에 골드만삭스 등이 400억원을 투자한 것이 결코 음식 배달 시장만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세종대 ES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