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사이버사찰 논란, 지금까진 서곡?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이 이슈로 떠오른 지 50일이 지났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검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사이버 망명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주간경향이 ‘사이버 사찰 논란’을 중간점검했다.

“써보니 좋아서요.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IT업계에 있는 사람들인데, 많이 활성화되어 있어요. 텔레그램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기 연락처에 있는 사람 중 새로 설치한 사람이 있으면 알림이 옵니다. 얼굴도 모르고 전화번호만 알던 사람인데, 새로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오면 괜히 반갑기도 하고….” IT업체에서 일하는 조천백씨(35)의 말이다. 그는 페이스북 비공개그룹 ‘텔레그램 사용자 모임’ 개설자다. 연락처를 찾아 전화하니 텔레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다. 조씨는 텔레그램의 강점으로 쉬운 인터페이스, 용량 제한 없는 파일전송, PC버전과의 매끄러운 연동 등을 꼽았다.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10월 13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내용 및 이용자 정보를 공권력에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다음카카오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사이버사찰’이 처음 이슈로 떠올랐을 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하루에 5명에서 10명가량의 지인으로부터 ‘텔레그램을 설치했다’는 알림이 들어온다. ‘사이버 망명’이 이슈가 된 것은 지난 10월 초였다.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제시된 텔레그램으로의 도피가 한때의 유행 또는 호기심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나왔다. 사태가 잦아들면 결국은 지인들 다수가 사용하는 카톡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적어도 조씨의 경우는 아니다. 카톡 압수수색 논란 이후 단체대화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겼다는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기자가 참여하고 있던 한 친목 단톡방도 ‘사태’ 이후 폐쇄된 후 텔레그램 단체방으로 부활했다.

끊이지 않는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기자는 텔레그램에 뒤늦게 가입했다. 가입한 뒤 휴대폰 연락처에 기재되어 있는 사람들,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이 텔레그램으로 넘어오는지 관찰하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특이한 것은 취재 목적으로 번호를 저장하고 있던 사람들의 움직임이다. MB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거 이동해왔다. 국회 대관업무 관계자들, 국정원·기무사 등 정보기관원, 현직 국회의원, 전·현직 고위공무원들의 가입 알림이 속속 떴다. “자 보세요. 이렇게 하면 비밀모드가 활성화됩니다. 이렇게 해서 오가는 대화는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자가 직접 목격한 ‘텔레그램 튜토리얼’이다. 보안에 민감한 정보기관 사람들의 텔레그램 이용현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모임에 참석한 현직 정보기관 근무자가 ‘텔레그램을 설치했지만, 사용에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매체 기자에게 텔레그램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사이버 사찰 논란으로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사용자들이 번역해 배포하고 있는 텔레그램의 강점을 정리한 이미지. | 텔레그램 페이스북

텔레그램을 통한 ‘찌라시’ 유통도 늘었다. 가수 신해철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S병원장과 관련한 뒷이야기, 모 변호사와 유명 파워블로거의 불륜 등을 담은 정보가 기자의 휴대폰으로도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작성한 기사와 관련한 제보문건을 텔레그램을 통해 받기도 했다.

“이제 카톡은 아예 안 써요. 업무상으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11월 12일 만난 카카오톡 압수수색 당사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말이다. 사이버 사찰 논란이 벌어진 뒤 이런 반론이 있었다. ‘어차피 텔레그램을 쓸 사람들은 뭔가 켕기는 것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의 카카오톡을 사법당국이 뒤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 부대표에게 물어봤다. “특정범죄에 한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도 따져봐야겠지만, 제 사례가 드러낸 것은 혐의자와 상관없는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태에서는 그것이 핵심이었어요. 제 개인에 대한 사찰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 아니었던가요.” 사건 후 ‘사이버사찰긴급행동’(antigamsi.jinbo.net)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사이버 사찰 금지법을 요구하는 1만인 선언’ 거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 부대표에 따르면 ‘조직되지 않은 일반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호응이 높다. 서명인 수는 11월 넷째 주까지 목표수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그 후엔 구체적인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태 후 한 달, 잠잠해지던 논란에 검찰이 다시 불을 댕겼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0월 23일 국회 답변에서 다음카카오의 감청영장 불응이 계속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협조가 안 되면 직접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문을 안 열어주면 수사기관이 결국 가서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는’ 강제집행에 비유했다. 11월 10일 은 단독보도라며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에 불응한 사건이 10여건이며, 국가보안법 사건이 대부분”이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보도는 “대공사건에서 카카오톡의 감청은 필수적”이라며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모씨 사건의 경우, 카카오톡 감청이 혐의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수사기관의 설명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실일까. <주간경향>이 입수해 검토한 공안사건 이모씨의 카카오톡 통신제한조치(감청)의 경우, 실제 다음카카오가 검찰에 건넨 자료는 공판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전씨의 경우는 어떨까.

카톡 감청, 공안사건에 필수적일까
“그 보도가 잘못된 것은 이 사건 자체가 간첩사건이 아니라 이적단체의 구성원과 통신회합을 했냐는 것이었다. 증거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제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판결문에 증거요지로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카카오톡이 전씨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씨 측 변호인의 말이다. 전씨의 카카오톡과 함께 역시 같은 서비스에 가입해 있는 재일교포 박모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압수수색을 했는데, 전씨와 박씨가 카카오톡 상에서 나눈 대화는 전씨가 소속된 문화예술단체가 ‘언제 공연을 한다’는 것을 주위에 알리는 과정에서 박씨의 카카오톡 대화창에도 전달된 것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면 전씨가 언제 차를 바꿨다, 차를 수리했다는 등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앞서 지적되었던 제3자 압수수색 문제와 거의 유사한 케이스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10월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발생한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와 추가 보완책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11월 12일, 이번에는 다음카카오가 “이메일 감청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 10월 8일 이석우 대표의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10월 7일부터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이 요청한 이메일 감청영장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아직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검찰 측이 밝힌 다음카카오 측의 감청거부 사례는 총 7건이다. 감청영장은 2개월이 지나면 갱신해야 하는데, 그 중 3건은 아직 영장기간이 남아 있어 계속 감청이 진행 중이며, 4건은 기간이 지났지만 검찰 측이 청구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감청영장이 무력화되는 사태에 대해 검찰은 “자체적으로 연구팀을 만들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총 네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인터넷사업자가 협조하는 경우다. 둘째는 김진태 총장이 국회에서 밝힌 것처럼 수사기관이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강제로 가서 영장을 집행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경우 서비스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세 번째로 내놓는 방법은 감청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우다. 이 경우도 인터넷사업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네 번째 방법은 입법이다. “지금 우리 통신비밀보호법은 감청장비의 구비 의무를 수사기관에 부담시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통신시스템이 나오면 통신회사의 협조 없이 감청장비를 개발할 수 없다. 현실과 법이 괴리가 생겨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 통신사가 협조를 못한다고 이야기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다음카카오의 거부조치를 계기로 수사기관이 아닌 사업자가 감청장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관련 해외 사례를 검토한 내부보고서도 만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 독일법 등을 검토해보면 통신기술을 개발한 사람은 통신기술 이외에 감청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같이 개발해 사업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어놨고, 이 기술조건이 구비된 통신장비에 한해 생산 및 서비스 제공 의무를 법으로 규정해놨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잘못 해석한 것인지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 주장은 맞을까.

인터넷업자 감청설비 의무화가 해법?
틀렸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이다. “보통 정보통신업체로 뭉뚱그려 말하는데, 정보기업과 통신업체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다음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정보업체는 말하자면 부가사업자다. 이들에게 감청설비 의무화를 부여하는 것은 위헌적인 것으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업자는 망사업자다. 한국으로 치면 KT나 LGU+, SKT다. 다음카카오 등은 망사업자가 아니라 인터넷기업이다. 같은 논리라면 학교 인트라넷이나 학교 포털에도 감청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 검찰은 “텔레그램의 경우 잘 모르겠는데 독일은 통신협조의무도 부과하고 과태료도 물리는 나라”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잘못 짚었다. 텔레그램 역시 인터넷사업자이기 때문에 통신협조의무 대상이 아니다. 독일 미디어경영학 박사 출신인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은 “프라이버시권과 관련해서 독일에서는 데이터 의무기간 설정과 관련한 논란은 있었지만, 인터넷사업자에게 감청장비 설치 의무화 부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사찰 금지법을 요구하는 1만인 선언을 준비 중인 사이버사찰감시행동이 내건 포스터. | i.embed.ly/

“현재도 텔레그램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톡도 밖에서 패킷감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패킷이 전송될 때 암호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이 실제적으로 메신저 대화내용을 입수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휴대폰을 압수해서 들여다보거나 아니면 서버에 감청설비를 설치하거나.” 김인성 전 한양대 겸임교수의 말이다. 텔레그램 비밀모드로 대화를 나누거나, 다음카카오 측이 연말까지 개발하기로 한 다음카카오 서버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끼리 직접 대화를 나누는 종단간 대화(end to end)모드도 휴대폰이 압수될 경우는 소용없다.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텔레그램의 FAQ 중 “엄마가 스마트폰을 열어본다면 그건 막을 수 없다”가 의미하는 것도 이런 뜻이다. 사찰 논란 당시 경찰은 정진우 부대표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데 실패했다. 정 부대표는 ‘사이버 사찰’ 논란 이후 변화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휴대폰 압수수색을 최우선하는 방식으로 수사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의 말. “최근 고공농성에 들어간 C&M 노동자들의 경우, 복도에서 농성하던 노동자들을 연행하면서 다짜고짜 휴대폰부터 가져갔다. 말이 ‘건물점거’이지 복도에 앉아 있는데, 설령 건조물 침입으로 처벌하더라도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휴대폰부터 털고 보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이메일 감청도 거부한 까닭
다음카카오는 왜 이메일에 대한 감청도 거부했을까. 다음카카오는 “(이메일 감청 거부 논란과 관련) 코멘트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검찰의 설명으론 종전에 해왔던 카카오톡 상의 대화나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통신제한조치(감청)의 방법은 직접적인 감청장비 설치 없이 영장이 발부된 기간의 내용을 모아서 보내주는 방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로 합쳐진 마당에 어느 것은 내주고 어느 것은 내주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론했다. “법을 거슬러 협조하지 않는 것은 시민의 도리가 아니며, 사이버 검열 논란 와중에 저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심히 부적절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검찰이 비공식적으로 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이다. 박경신 교수는 “감청과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벌써 몇 년 된 이야기”라며 “과거 논의의 중심엔 국정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배경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창 끝은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IT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과연 다음카카오가 무사할 수 있을지 업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사찰 논란이 벌어진 지 50일이 지났다.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논란은 앞으로 일어날 더 크고, 황당한 사건의 서곡일지도 모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