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애플워치의 스마트 전략

애플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상품을 먼저 내놓지 않았다. 스마트워치를 출시하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이들 제품과 차원이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애플워치를 보면 앞으로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마트워치가 스마트폰을 이어 차세대 플랫폼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해 볼 수 있다.

페블, 소니, 삼성 등에서 나온 스마트워치는 패션 액세서리가 된 아날로그 시계와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해 스마트폰 디지털 기능 중심으로 개발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애플워치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본연의 가치 외에, 패션 소품으로서의 시계의 가치를 버리지 않았다. 38㎜와 42㎜의 두 가지 크기, 6가지의 시계 재질, 6가지의 밴드,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화면 템플릿을 통해 개성 있는 스마트워치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고급 명품 시계에 비할 수는 없지만, 중저가 브랜드의 패션 시계를 착용하던 소비층과 더 이상 시계를 차지 않던 대부분의 사람들의 손목을 겨냥하기엔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애플워치의 핵심 기능은 새로운 ‘킬러앱’에 대한 가능성이다. 애플워치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시계 후면부의 정밀한 센서 기능이다. 센서는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것을 공유할 수 있다. 내 심장 박동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호를 메시지 알람에 접목해 디지털상에 나만의 고유한 디지털 신호로 각인할 수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메시지 알람에 저마다의 색깔을 입혀주는 수단으로 센서가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워치는 다양한 화면 템플릿을 제공해 사용자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게 했다. | 애플

애플워치의 독특한 메시징 기능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모지’를 이용해 굳이 스마트폰을 열고 이모티콘을 선택하지 않아도 손가락 움직임 한 번만으로 상대의 메시지에 답을 보낼 수 있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의 정보를 축소해서 알람으로 보여주는 보조적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같은 킬러앱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개막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스마트폰 이전의 기기들은 사람이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그 명령을 인식해 처리한 후 그 결과를 스크린을 통해 출력하는 방식으로 동작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이러한 동작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워치는 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보다 정밀한 센서가 스마트워치에 내장되어 이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정보가 입력되면, 기기 내부의 프로세서가 아닌 클라우드의 프로세서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처리한 후에 화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결과를 전달할 것이다.

애플워치는 애플페이와 연동해 오프라인에서 결제가 필요한 시점에 카드나 스마트폰을 꺼내어 들지 않아도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결제금액과 영수증이 결제 이후에 자동으로 인증되며, 사용자의 상황에 맞게 관련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에 맞는 스마트워치의 역할이다. 나아가 평소 사용자의 건강과 운동량을 자동으로 점검해 문제가 있을 때 자동으로 이 정보를 병원이나 피트니스 센터로 알려주는 것도 새로운 서비스의 구동 형태이다.

IT 칼럼 구독

휴대폰의 킬러앱은 통화와 문자메시지였고, 스마트폰에선 이들 킬러앱이 진화해 SNS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며 커뮤니케이션의 범위는 확장되었다. 스마트워치 또한 시간을 알려주고 패션 소품으로 쓰이던 기존 시계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패션 액세서리로 진화하는 한편 시간과 일정이 주는 의미까지 담긴 스마트한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진화해야 한다. 애플워치는 이러한 스마트워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