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아마존 프레시, ‘쇼핑 문화’가 되기에는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는 아마존이 미국 서부 일부 지역에 제공하는 식료품 서비스다. 연회비 299달러(약 30만원)를 지불하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대형마트를 통해 식료품을 주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점은 아마존의 탄탄한 리뷰 시스템을 통해 상품평을 미리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교통비와 쇼핑에 드는 시간 및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달 말 샌프란시스코 인근으로 이주한 후 시험 삼아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를 이용했다. 먼저 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프레시로 업그레이드하자 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주문한 상품 가격 총합이 35달러(약 3만5000원)를 넘었을 때만 결제가 가능했고, 품목에 따라 수령인이 꼭 집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경비실에 맡기거나 문 앞에 놓고 간다. 다만 언제 상품을 수령할지는 선택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상품은 녹색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백에 담겨서 온다. 포장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식료품이 상해서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음에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를 통해 주문할 때, 가방을 문 밖에 내놓으면 배달원이 알아서 수거해 간다. 가방에는 QR코드가 붙어 있어서 배송 추적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대체로 만족했다. 배달도 안전하게 정확한 시간에 됐고, 상품도 질이 높았다. 주문부터 수령까지 모든 과정이 빠르고 순조로웠다.

아마존 프레시 배송직원이 프레시백에 담긴 주문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 아마존

그렇지만 주변에 사는 지인들 중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은 개인 자동차 소유를 전제로 도로와 주거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지난 수십년간 월마트를 중심으로 자동차를 몰고 대형 쇼핑몰에 가는 쇼핑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이미 굳어진 습관을 바꿀 만큼 파괴적이지는 못하다. 쇼핑하는 데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든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 등 파고들어갈 만한 고객층은 있어도 아직까지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는 이곳에서 대세가 아니다.

달리 말하면, 쇼핑이라는 문화는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을 대접할 음식을 사느라 급하게 근처의 대형 쇼핑몰을 방문한 적도 있다.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했고 오가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열심히 물건을 담다 보니 평소 아마존을 통해 주문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샀다. 쇼핑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맘에 드는 물건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기분은 유쾌했다. 같이 쇼핑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짧은 시간이지만 종업원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거웠다. 쇼핑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일부였다.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는 부족하다. 첨단기술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은 문화다. 슈퍼마켓에 가서 상품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건 번거롭지만, 작은 소비를 통해 큰 만족을 추구하는 일상이다. 그 시간을 통해 부부나 부모와 자녀, 연인과 친구가 대화를 나누고 추억을 쌓는다. 아마존이 단축하고 생략하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꼭 고통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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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 프레시가 지금 주춤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아마존이 과거 한 유통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하리란 보장 역시 없다. 온라인 도서나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서 통했던 성공 방식이 식료품에서도 반드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의 향후 성공은 아마존이 이 ‘쇼핑 문화’란 난제의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에 달렸다.

김재연 <대학사용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