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가상현실 시장, 치열해지는 경쟁

최근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IT기업들의 차세대 비즈니스 발굴이 큰 화두다. 착용식컴퓨터(wearable computer),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등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다.

PC, 스마트폰이 단지 스크린을 통해 가상공간을 보여주는 수준이라면, 가상현실은 VR헤드셋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사용자의 시각을 완전히 장악하고 청각, 촉각 등 오감과의 상호작용 및 음성, 동작인식 등을 통해 가상공간을 마치 현실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기술의 한계 및 높은 비용으로 인해 지금까지 제대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컴퓨팅 파워, 3D센싱 등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하드웨어 비용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드디어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된 계기는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다시피, 올해 3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Oculus VR)를 높은 가격에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가상현실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한 이용자가 가상현실 기기 버추이스옴니 위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한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 버추이스옴니

현재 삼성전자, 소니, 엡슨 등의 대기업들이 VR헤드셋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큘러스VR와 제휴를 맺고서 VR헤드셋 개발을 하고 있으며 연내에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미국 특허청에 기어VR 상표를 등록했으며, 업계에서는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IFA 2014에서 갤럭시노트4와 함께 VR헤드셋인 기어VR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뷰직스(Vuzix), 아베간트(Avegant), 버추이스(Virtuix), 시브라이트(Seebright) 등의 관련 벤처기업들이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업체들에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는 이미 오큘러스리프트 외에도 여러 가상현실 디바이스들이 등장했다. 아베간트는 글리프(Glyyph)라는 VR헤드셋을 선보였는데, 이는 사용자의 망막에 바로 영상을 투사하는 ‘가상 망막 디스플레이’(Virtual Retinal Display)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러닝머신과 흡사한 기기 위에서 걷거나 뛰는 등 각종 동작을 인식해 보다 생생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버추이스옴니(Virtuix Omni)다. 오큘러스리프트와 같은 VR헤드셋이 눈 앞에 가상공간을 제공한다면, 버추이스옴니와 같은 기기는 사용자의 다양한 액션을 인식하고 이를 가상공간에 즉시 반영함으로써 더욱 뛰어난 몰입감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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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가상현실 시장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단지 VR헤드셋이나 관련 기기의 매출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들이 소비할 시간과 비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오프라인, 온라인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 대부분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명백한 킬러앱인 게임, 성인물, 커머스 등을 미끼로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빠져들게 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형태로 시장이 커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앞으로 현실환경의 모든 오브젝트와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고, 또한 가상환경의 모든 오브젝트와 연결돼 상호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